[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아코디언 연주가 이자원 "아코디언 오케스트라 만들고 싶어요"

심건호 기자
입력일 2018-06-29 13:18 수정일 2018-06-29 13:18 발행일 2018-06-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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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언 연주가 이자원 씨는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아코디언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특별한 연주가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연주와 콜라보가 주는 묘미가 음악 산업의 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음악 트렌드에 아코디언 연주자 이자원은 궤를 같이한다. 아코디언 솔로 연주와 함께 그는 작년부터 탱고앙상블을 결성해 활동 중이다. 가수 박혜경의 라이브밴드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는 반도네온과 함께 듀오로 연주하는 탱고 공연을 준비 중이다. 2018 음악 트렌드의 키워드인 아코디언 연주가 이자원 씨를 만나봤다.  
- 아코디언이라는 악기를 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최근 활동도 궁금합니다. 
스위스의 요들송을 부르는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하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다양한 악기를 접하며 성장했습니다. 덕분에 밴죠, 기타, 알프혼, 콘트라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자연스레 접하게 됐습니다. 그 중에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악기는 아코디언이었습니다. 처음 레슨 받던 선생님에겐 트로트만 배우는 바람에 흥미를 잃었다가 유튜브가 활성화된 이후 외국 연주자들의 연주영상을 통해 다시 한번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운좋게 이탈리아에서 오신 선생님을 만나게 돼 클래식 아코디언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 최초로 아코디언병으로 군입대(국방부군악대)를 했고 불후의 명곡, 열린 음악회 등에서의 세션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공연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아코디언은 어떤 악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아코디언은 주름상자(벨로즈)를 이용해 양손으로 바람을 넣어 소리를 만드는 악기입니다. 반주와 멜로디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악기입니다. 왼손은 저음과 코드, 오른손은 멜로디를 담당하며 음색버튼을 조절해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악기이지만 국내에서 아코디언은 노년층이 주로 연주하는 악기로 알려져 젊은 사람들의 선호도는 높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선 19세기 말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유입됐고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악극단이나 장터에서 많이 연주되어 특유의 시대적 이미지를 갖게 되다 보니 올드한 악기라는 인식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접근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코디언은 클래식, 재즈, 아이리쉬, 탱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악기로서 대부분의 나라에 대학전공과정이 있을 정도로 사랑받는 악기입니다.
- 일반인들은 반도네온과 아코디언의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탱고에서 많이 사용되는 반도네온과는 보기에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음색과 연주법은 많이 다릅니다. 반도네온은 짧고 강렬한 음들을 연주하는데 더 유리하고 아코디언은 부드럽고 풍성한 연주를 하는 게 강점입니다. 또한, 반도네온은 양쪽에 불규칙적인 약 40여개의 버튼이 있고 아코디언은 오른쪽에 41개의 건반과, 왼쪽에는 화음이 나는 120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 연주활동을 하면서 보람된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였나요?
아코디언이라는 악기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반면에 어려웠던 순간은 악보, 음원 등의 자료를 구하기 힘들었을 때입니다. 구해도 러시아어, 독일어로 된 자료가 많아 고생했습니다. 악보를 구하지 못해 직접 귀로 듣고 카피하다보니 채보능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창작을 하는 예술가인데 주로 무엇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요.
유튜브로 보는 외국연주자들의 다양한 영상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다른 장르의 음악을 아코디언으로 편곡한 앨범들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 멘토가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리샤르 갈리아노라고, 프랑스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이자 편곡자입니다. 누에보 탱고의 창시자 아스토르 피아졸라와 교류하면서 아코디언으로 자신만의 개성 있는 탱고를 연주했고 아코디언을 위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대통령의 악사로 유명한 '아코디언의 대부' 심성락(81) 선생님은 특별한 기교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연주, 즉 악기와 하나가 돼 노래하는 감정을 닮고 싶습니다.
- 아코디언이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악기입니다. 익히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섭입견들도 있습니다. 아코디언만의 매력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아코디언의 매력은 악기를 온몸으로 안고 연주하는 것입니다. 심장과 가장 가까운 악기라 생각입니다. 악기를 안고 있는 몸뿐 아니라 듣는 사람의 감성도 울리는 리듬의 떨림이 있습니다. 즉 온몸으로 노래하는 호흡과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악기입니다. 또한, 아코디언의 매력은, 한 대의 악기로 선율과 반주를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채로운 음색 효과를 낼 수 있어서 마치 ‘1인 오케스트라’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 이루고 싶은 마지막 꿈은 무엇인가요?
많은 이들에게 아코디언의 가능성과 매력을 접하게 해주어 누구나 한번쯤 해보고 싶은 악기로 대중화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아코디언에 관심 있는 아이들을 더 모아 아코디언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심건호 기자  ssimpact@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