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검·경조사권 조율 ‘주역’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한장희 기자
입력일 2018-06-21 14:42 수정일 2018-06-21 15:26 발행일 2018-06-2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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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웃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YONHAP NO-5928>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 서명식이 끝난 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밝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 및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검·경수사권 조정 방안을 21일 발표했다.

이로써 과거 수직관계였던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상호협력적 관계로 바뀌게 된다. 이 방안에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제한하고, 지방자치경찰제를 2019년 서울과 세종, 제주에 시범실시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번 조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부터 줄곳 제시했던 대선 공약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에도 장기적으로 경찰이 수사권을, 검찰이 기소권을 갖고 검찰은 경찰의 수사에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경찰수사가 미진할 경우 보완수사를 요청하는 안을 제시했었다. 그리고 취임 후 수차례 민정수석의 책임하에 법무·행안 장관이 함께 검경의 의견을 듣고 합의안을 만들어 내라고 압박했다.

이번 조정안의 산파역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조 수석이 이날은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현장에 나왔다. 이해관계가 다른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검찰과 경찰 간 갈등과 논쟁을 대통령과 함께 중간에서 치열하게 중재해 만들어낸 성과물이라는 점을 그는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실제 그는 수십 차례나 양 측을 만나고 싸우고 조율했다.

조 수석은 그래서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 특별히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최초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두 장관이 조정안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양보와 타협, 조정의 모범을 보여주었다고 고마워했다.

조국 수석은 이번 수사권 조정안 합의와 관련해 검·경 양측 모두 내부 불만이 많다는 점을 잘 안다. “양쪽 입장 가운데 한쪽 입장을 100% 수용할 수는 없다”며 “한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두 기관이 서로 균형과 견제를 유지하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식으로 조정안이 만들어졌다”며 이해를 구했다.

그는 이번 조정안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을 전제로 설계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수처는 검찰이 가진 여러 권한 중 고위 공직자 관련 우선권을 가진다”며 “최근 법원 블랙리스트 관련 판사, 과거 이미 구속됐던 검사 등은 이 법률이 만들어지면 검찰이 수사하니 마니 논쟁 없이 바로 공수처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경조정의 큰 고비는 넘어섰지만 사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검경 내부의 반발이 언제, 어떤 식으로 표출될 지 모른다. 이날 합의문 발표장에서도 박상기 법무장관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여기에 국회라는 험준한 난제가 가로막고 있다. 공수처 신설에 관해 이견이 여전한 국회는 지방선거 이후 계속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당초 청와대의 의도대로 제대로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지 미지수다.

더군다나 국회 차원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체인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9일 후면 활동기한이 만료된다. 때문에 일각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빨라야 9월 정기국회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