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반도체 호황은 '거품'…시스템반도체 경쟁력 키워야"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18-06-20 18:49 수정일 2018-06-20 19:43 발행일 2018-06-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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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혁신성장을 위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서 전문가들 지적
중국, 반도체 굴기로 2025년 메모리 시장 점유율 18%대까지 증가

현재의 반도체 호황은 거품이며 반도체 경기변동에 대비하려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지능형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주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혁신성장을 위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유래 없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이 버블(거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지난 해 반도체 수출이 57.4% 증가했지만 실수요를 반영한 수량 기준 DRAM 수출은 1.4% 감소했고, 메모리 용량 기준으로 한 전체성장률도 역시 호황기와는 거리가 멀다”며 “현재의 공급부족으로 인한 호황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올해 하반기에 완공될 중국 기업의 메모리 생산량만으로도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고 2019~2020년 초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이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정부의 시설투자가 완료될 2025년에는 중국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18%대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 제외하면 열악한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 문제도 지적됐다. 송용호 한양대 교수는 “국내 수출품목 1위, 세계시장 점유율 2위, 일자리 16.5만 명 등 눈에 보이는 실적이 있으나, 대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제품 영역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라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국내 팹리스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며, 그 규모도 영세하고 최근에는 창업도 단절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반도체 국내 장비산업의 세계 시장점유율도 2016년 기준 3.5%에 불과하고 핵심부품의 경우에는 원천기술의 부재로 해외 의존도가 크다”며 “반도체가 대기업 영역이라는 인식이 있어, 시스템 반도체 활성화에 필요한 정부의 R&D 지원은 물론 연구인력 육성도 부족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 생태계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교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신기술의 발달이 반도체 성능의 고도화를 요구하며 새로운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인공지능이 정보의 생산·전송·저장·응용 등 IT 전 영역에서 새로운 수요를 도출하며 반도체 시장의 신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공지능 기술 확보 및 차별화가 미래의 IT 기술·제품의 경쟁력에 직결되기에 관련 반도체의 핵심기술 개발 및 인력양성에 대한 투자지원이 절박하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능형 반도체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에 대해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의 배경에는 민간의 노력 뿐 아니라 정부의 원천기술 개발 지원이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부품인 지능형 반도체 역시 정부의 원천기술 개발 지원을 통해 신성장동력으로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송원근 한경연 부원장은 “반도체 산업이 현재의 호황을 이어가고, 반도체 강국으로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지금의 변화가 바로 기회”라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국간 기술격차는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정부와 학계, 기업이 온 힘을 다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