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택 한계 느낀 건설사…종합부동산개발 사업 진출 '활발'

이연진 기자
입력일 2018-06-19 14:41 수정일 2018-06-19 15:40 발행일 2018-06-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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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연진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종합부동산개발회사(developer·디벨로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파트 시공을 주력으로 하던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에서 벗어나 기획·설계·마케팅·사후 관리·임대 등 부동산 영역 전반으로 사업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국내 주택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시장 개척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사들은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 임대에 초점으로 맞춘 종합부동산서비스를 론칭하거나 임대주택 공급은 물론 관리, 자산운용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건설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HDC현대산업개발, 대림산업, 보성산업 등 주요 건설사들은 국내외 현장에서 디벨로퍼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롯데건설, 롯데자산개발, 우미건설, 코오롱글로벌 등은 임대관리업을 신사업에 추가하고 있다.

디벨로퍼는 땅 매입부터 기획·설계·마케팅·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뜻한다. 단순 시공이나 신탁, 시행 등 특화된 사업 뿐 아니라 기획은 물론 설계·운영 등 고부가가치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인 HDC와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해 HDC그룹을 출범시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종합 디벨로퍼로 체질 개선을 준비 중이다. 건설, 부동산의 하드웨어적 요소를 넘어 주거 플랫폼을 기반으로 임대, 주거관리, IT, 문화, 금융콘텐츠 등을 연계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총 사업비 2조5000억원 규모의 ‘광운대 역세권 복합개발’은 디벨로퍼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광운대 역세권 복합개발은 14만8803㎡ 규모 부지에 주택과 대형 오피스 등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SK건설은 국내보다 해외에 비중을 두고 있다. 경쟁입찰보다 수익성이 좋은 ‘개발형(디벨로퍼형) 사업’ 위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국내 건설사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많은 개발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관통하는 유라시아 해저터널 사업은 SK건설의 대표적인 디벨로퍼형 사업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2014년 ‘글로벌 디벨로퍼’로의 변신을 발표한 이후 에너지, SOC(민간투자 사회간접자본), 호텔, 주택사업 등 주요 분야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주택 분야에서는 기업형 임대주택사업(뉴스테이)을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뉴스테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전문 자산관리회사인 대림AMC(자산관리회사)를 출범시켰다. 또한 글래드 호텔·메종 드 글래드 제주 등 호텔과 콘도 사업을 활발히 운영 중이다.

한양의 모회사인 보성그룹도 계열사인 보성산업을 통해 종합부동산개발과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보성산업은 청라금융단지, 새만금 신시야미 관광레저 개발사업 등 종합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세종시 민간임대 주거부문에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임대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사업 영역에 추가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2월 건설업계 최초로 부동산 종합서비스 예비인증은 받은 ‘디앤서(D.Answer)’를 선보였다. 개별 임대차관리 서비스인 디앤서는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 아파트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롯데건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탁월한 거주공간 서비스’라는 의미를 담은 ‘엘리스(Elyes)’ 자산운영서비스를 내놨다. 롯데건설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뉴스테이) 위탁 관리를 시작으로 주거시설의 책임관리 서비스와 비주거 시설에 대한 개발, 건설, 운영, 관리 등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부동산종합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롯데자산개발은 수익형 주거임대서비스인 ‘어바니엘 가산’을 오픈했고, 코오롱글로벌은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을 통해 임대주택 브랜드 ‘커먼라이프(COMMON Life)’로 부동산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중견 건설사 우미건설도 자회사 ‘우미자산운용’을 내세워 임대주택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최근들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주택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 성장 한계를 느끼면서 단순 시공과 분양만으로 더이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디벨로퍼 사업은 단순 시공보다 이익률이 높고 건설경기 변화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앞으로 많은 건설사들이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디벨로퍼 같은 개발형사업은 리스크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