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故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청장에게 무죄 선고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6-05 20:07 수정일 2018-06-05 20:07 발행일 2018-06-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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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는 5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구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윤균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에게는 벌금 1000만원, 살수 요원인 한모 경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최모 경장에게는 벌금 7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구 전 청장을 비롯한 관계자는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백남기 씨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에게는 살수차 운용 관련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있고, 살수 요원이던 한·최 경장은 운용지침을 위반해 직사 살수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 총경에게는 지휘·감독 책임이 있지만, 이를 구 전 청장에게까지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현장 지휘관에 대한 일반적, 추상적인 지휘·감독 의무만을 부담한다”며 “현장 지휘관이 제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어길 가능성이 명백하다는 것을 인식할 때만 구체적인 지휘·감독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총경에 대해서는 “살수의 개시와 범위 등을 지시·승인하면서 과잉 살수를 하면 중단토록 하고 부상자가 발생하면 구호할 의무가 있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현장 지휘부가 살수 상황을 주시하면서 중단을 지시하거나 선제적으로 방향·강도를 조절하도록 지휘·감독했다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방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검찰은 항소하겠단 뜻을 밝혔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이 시위 현장에 없어서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형식 논리에 치우쳐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구 전 청장은 상황지휘센터에서 시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현장 지휘관인 신 총경에게 무전으로 구체적이고 직접 살수를 지시·독려했으므로 구체적 과실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