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양승태 “문제 법관 지정, 빅데이터 고강도 감찰”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6-05 15:54 수정일 2018-06-05 15:54 발행일 2018-06-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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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거래'파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거래’파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승진을 포기한 판사’ 등을 ‘문제 법관’으로 지목해 감찰 강화 등 방식으로 관리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제 법관에 대한 시그널링 및 감독 방안’ 문건에 따르면 2015년 9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은 이른바 ‘출세를 포기한 판사’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보고서로 작성했다.

문건은 ‘승진포기 판사’의 문제점으로 퇴근 시간 미준수·재판업무 불성실 수행·배석판사에 대한 부적절 언행 등을 지적하며 “다양한 형태의 감찰 활동 등 사법행정권의 적절한 발동이 긴요하다”고 대응방향을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는 ‘문제 법관’에 대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강도 높은 감찰 실시 △전보 등 인사조치 △징계 등 단계별 구체적인 조치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자적 모니터링’ 방안에서는 △출퇴근 시 스크린 도어 신분증 기록 △업무 외 인터넷 사용 시간 △판결문 작성 투입 시간 △판결문 개수·분량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모든 법관을 상대로 전자적 모니터링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법관 내부의 반발과 동요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했다.

법원 내 ‘판사회의’에서 부적절한 안건이 올라오는 때를 대비한 대처 방안도 보고서로 작성됐다.

2016년 3월 작성된 ‘판사회의 순기능 제고 방안’이란 문건에서는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을 지목, “판사회의에서 부적절한 안건이나 의사진행 발언이 제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본 전제에 어긋나는 주장에는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문서는 단호한 대응을 통해 “이미지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며 부당한 요구를 제기하는 판사는 ‘선동적·감정적·독선적·불법적’ 등 부정적 이미지가 낙인되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법원장은 ‘포용적·합리적’ 등 긍정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월 16일엔 ‘국제인권법연구회 운영위 경과’라는 보고도 작성됐다. 이 보고서에는 그 전날 열린 인권법 연구회 운영위 개최 사실과 안건,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주요 발언이 고스란히 담겨, 행정처가 일선 판사들의 연구 모임까지 감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