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中 반도체 담합 조사 의도는? '가격 상승세 제동' 가능성 높아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8-06-04 17:39 수정일 2018-06-04 17:46 발행일 2018-06-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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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반도체 빅3’를 상대로 D램 가격 담합 조사에 나선 것은, 최근까지 고공행진 중인 반도체 가격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그간 중국 업체들은 제조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감을 꾸준히 토로해왔다. 이외 한국 기업의 발을 묶어둔 채, 기술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3사의 반독점 행위가 인정될 경우, 과징금 규모만 최소 4억 달러에서 최대 88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상승이 자연스러운 시장 원리에 따라 촉진된 현상임을 고려했을 때, 가격 담합 증거를 찾아낼 가능성은 적다. 업계 관계자들도 “이번 조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반독점 규제당국은 최근 독점금지법 위반 혐의로 이들 3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모바일 D램’ 가격담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지 5개월 만의 일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지난 2년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00% 이상 급등한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격 담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중국의 억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 속에,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크게 오른 것”이라며 “최근의 추이는 오히려 수요자가 가격을 올린 경우로 볼 수 있다. 이들 업체가 가격 담합에 나섰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도 “이들 회사의 실무자 간에 메모리 가격 등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만큼, 담합 의혹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담합조사에 착수한 것은 그간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가격 상승에 수차례 불만을 제기한 것을 고려한 정치적인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50%에 육박한다. 반면,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대표 스마트폰 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9~10%에 불과하다. 제조사 입장에서 부품 가격 상승이 눈에 밟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외 중국 정부가 선두 업체들의 숨통을 조이면서 기술격차 축소를 위한 시간벌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가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하반기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견조한 가격 흐름이 예상된다. 양사는 가격 매력도 높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D램 점유율(올 1분기 기준)은 72.8%, 낸드플래시는 46.8%였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