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첫 재판 출석… “삼성 뇌물은 모욕, ‘다스’는 형님 회사”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5-23 17:13 수정일 2018-05-23 17:14 발행일 2018-05-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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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횡령’ 이명박 전 대통령 첫 법정 출석(연합)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의 정식 재판이 23일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 회사”라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정식 심리에 들어갔다.구속 상태인 이 전 대통령은 검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타났다. 이 전 대통령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3월22일 구속된 이후 62일 만에 처음이다.

법정엔 대표적 ‘친이계’ 인사인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이 자리했다. 이 전 대통령 가족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검찰에서는 수사를 담당했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 송경호 특수2부장 등 8명이 출석했다. 변호인 측에서는 강훈·최병국 변호사 등 4명이 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을 설명하고 변호인 측의 반박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며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는 ”국정을 함께 이끌어온 사람들이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건 제 자신이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라며 변호인들이 제안한 검찰 증거 부동의 및 증인 출석요구 대신 “나의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특히 다스 실소유 논란과 관련해 “30여년 간 소유나 경영을 둘러싼 그 어떤 다툼도 가족들 사이에 없었다”라며 ‘다스는 형님 회사’라는 기존 주장을 강조했다. 삼성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충격이고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재판의 절차와 결과가 대한민국의 사법 공정성을 국민과 국제 사회에 보여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모두 절차에 이어서는 검찰 측 서류 증거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한편 이날 법정 모습은 언론을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대성, 국민적 관심사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해 정식 재판 시작 전 언론에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