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혹제거 수술하다 멀쩡한 신장 떼낸 대학병원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05-17 21:51 수정일 2018-05-17 21:51 발행일 2018-05-17 99면
인쇄아이콘
인천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난소 혹 제거 수술 도중 50대 여성의 ‘멀쩡한 신장’을 종양으로 착각해 제거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17일 가천대 길병원 등에 따르면 50대 여성 A씨는 올해 3월 인천 한 개인병원에서 난소에 혹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고 2차 진료를 위해 길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초음파 검사 결과 A씨의 왼쪽 난소 쪽에 9㎝ 크기의 양성 혹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B씨는 A씨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복강경 수술을 통해 난소에 난 혹을 제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복강경 수술을 시도하니 초음파상으로 확인된 왼쪽 난소가 아닌 대장 인근 후복막 부위에서 악성 종양 같은 덩어리가 보였다.

의료진은 수술실을 나와 A씨 보호자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개복수술을 통해 해당 덩어리를 제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수술이 모두 끝나고 자세히 살펴보니 떼 낸 덩어리는 악성 종양이 아니라 A씨의 신장 2개 중 하나였다.

A씨 가족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사고로 인한 보상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A씨 남편은 “조직 검사 결과 잘못 떼 낸 신장은 성인의 정상크기 신장과 같았고 제 기능을 하는 신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으로부터) ‘1개의 건강한 신장으로도 잘사는 사람이 많다’며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길병원 측은 신장을 잘못 제거한 사실은 인정하고 환자에게 병원비를 포함한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