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알박기 집회방해’는 인권침해”…경찰에 개선권고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5-10 15:34 수정일 2018-05-10 15:34 발행일 2018-05-1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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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원위원회는 경찰이 이른바 ‘알박기 집회’를 방치해 뒤에 있을 집회를 방해하도록 놔둔 것에 대해 ‘집회의 자유를 보호하지 못한 인권침해’라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미리 집회를 신고해 장소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다음 집회신청자의 활동을 방해하는 ‘알박기 집회’를 방치한 관할 경찰서장에 대해 집회 자유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 소재 한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진정인은 2015년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6차례에 걸쳐 회사 앞 인도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진정인에 앞서 회사 측이 먼저 집회 신고를 했다.

진정인은 “관할 경찰서장과 담당 경찰관은 회사측의 집회가 사실상 열리지 않았는데도, 집회 시간이나 장소 등을 진정인 측과 조율하도록 하는 등 집회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 경찰서는 “진정인의 집회를 불허한 적이 없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소 분할을 권유해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의 조사 결과는 달랐다. 조사에 따르면 사측은 2000년부터 1년 내내 매일 24시간 100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지만, 실제로 집회를 연 날은 며칠 되지 않는 등 이른바 ‘알박기’ 집회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측은 2016년 6월 법원의 집회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이 나온 뒤로도 집회물품 앞을 가로막거나 둘러싸는 등의 방식으로 집회를 방해했고, 진정인이 이를 경찰에 신고해도 적극적인 조율 내지 보호조치는 없었다.

법원 역시 진정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 법원은 사측이 선순위 집회를 방해받았다며 진정인 등을 고소한 사건의 판결문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장소 선택의 자유를 배제 또는 제한하면서까지 사측의 선순위 집회를 보장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