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내집 마련, 한 푼도 안 쓰고 9년 모아야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5-08 17:36 수정일 2018-05-08 17:36 발행일 2018-05-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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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9년 가까이 모아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의 연 소득 대비 주택구입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PIR은 8.8배로, 전국(5.6배)보다 높았다. 특히 서초구가 20.8배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남구(18.3배)와 용산구(13.1배)가 그 뒤를 이었다. 21년 가까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면 서초구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PIR은 높았다. 65세 이상 노인가구는 17.9배인 반면 청년가구는 7.3배로 조사됐다.

서울에 사는 전체 가구의 71.3%는 임대료나 대출 상환금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비율은 전·월세를 사는 임차가구(83.3%)가 자가 가구(71.3%)보다 높았다. 세입자 24%(48만 가구)는 소득 대비 임대료와 관리비 등이 30% 가량으로 주거비 부담이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임차가구의 월소득에서 차지하는 월 임대료 비율(RIR)은 12.7%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가구주 연령이 39세 이하인 청년가구(21.3%)의 부담이 노인가구(10.8%)보다 컸다.

본인이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는 자가 점유 비율은 42.9%로 1년만에 0.9%포인트 증가했다. 전국 평균(57.7%)보다는 낮았다. 서울 내에선 도봉구(60.2%), 노원구(51.1%), 양천구(50.5%)의 자가 점유율이 높았다.

월세가구 비중은 서울이 47.9%로, 전국 평균(60.4%)보다 낮았다. 청년 가구, 1인 가구, 평균소득 70% 이하 가구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주택에는 15.5%, 15년 넘은 주택에는 63.9%가 거주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비율은 76.8%로, 전국 평균(82.8%)보다 6%포인트 낮았다. 특히 청년 가구는 전체 평균보다 14.5%포인트 낮은 68.3%가 주택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해 전체 평균보다 주택 보유 필요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조사 결과를 ‘2025 서울시 주거종합계획’에 반영해 임대주택 확충, 주거 안정 보장, 맞춤형 주거 등에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작년 전국 자가점유율은 57.7%로 2년 연속 최고기록을 새로 썼다. 전국 자가보유율도 전년 59.9%에서 1.2% 증가한 61.1%로 최고기록을 세웠다. 반면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2014년 33.5㎡에서 2016년 33.2%에 이어 작년 31.2㎡로 갈수록 줄고 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