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에 휩싸인 '심층진료 후 회송제도'

노은희 기자
입력일 2018-05-01 15:07 수정일 2018-05-01 15:08 발행일 2018-05-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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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은 지난 달 30일 암병원 서성환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 시범사업’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의료전달체계가 진입규제에 실패해 회송제도로 풀어야 한다는 서울대병원의 ‘심층진료 후 회송제도’ 주장에 의료계 내외부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이 지난달 30일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료 시범사업’ 연구 결과 발표에서 공개한 회송제도는 상급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심층진료를 거친 후 결과에 따라 1차 의원으로 진료의뢰·회송하는 방식이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단장은 “동네의원은 경증환자, 상급병원은 중증환자를 보기 위해서 누군가가 경증·중증을 가려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러한 논의를 30년 동안 하고 있지만 해결이 되지 않고 있고 환자가 오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현실에서 상급병원의 진입규제보다 상급병원 진료를 통해 동네의원으로 진료의뢰·회송을 보내는 것이 의료전달체계를 잘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대국민 인식 조사(1012명)를 시행, 의료 이용 문화·회송 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형병원 선호 현상이 ‘국민의 1차 의원 신뢰도 부족’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상급병원 진료 종료 후 동네의원 회송여부도 87.8%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부와 시민단체는 “회송제도는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 정리가 아닌 역행하는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치의제도’ 도입이 현재의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주치의제는 지역사회에서 주민의 건강 전반을 담당하는 일차의료 의사를 말한다. 이들은 주민의 건강증진, 질병·만성질환 관리, 의뢰-회송까지 포괄적인 부분을 수행한다.

고병수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은 “우리나라처럼 의료 전달체계 구축이 제대로 안된 나라들도 ‘주치의제’ 정착을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며 “대형병원에서 1차 의원으로 회송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얼마나 효율적이겠냐”며 반문했다. 그는 “세계 석학들도 주치의제의 중요성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회송제 도입이 의료체계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은 ‘우리나라 1차 의료는 발전할 수 없다. 이대로 놔두고 가자’란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시민단체들도 체계적인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주치의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의료전달체계는 환자이송체계가 아닌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치료를 받도록 의료서비스의 원칙과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 돼야 한다”며 “다른 무엇보다 지금 상태에서는 의료계의 저항이 있더라도 주치의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노은희 기자 selly2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