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보고서 공개를 특히 중국의 ‘반도체 궐기’와 연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중국산 반도체 조달비율 70% 이상을 목표로 수백조원을 투입해 최신 공장을 짓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반도체를 따라잡아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다. 다만 기존까진 중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기술 장벽이 굉장히 높은 반도체 부문의 특성상 기술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고용노동부가 작업환경보고서를 제3자에게까지 공개하게 되면 ‘기술격차’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은 사소한 부분 하나로도 크게 좌우되는 만큼, 타국가 업체의 경쟁력 향상을 촉진시킬 경우의 수가 그만큼 많아지게 된다.
정덕균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생산은 아주 작은 부분에 의해 생산성, 수율 등이 좌우 된다”며 “이에 따라 아무리 미미한 것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그간 반도체 보안 관리에 각별한 공을 쏟아왔다. 현재 삼성전자의 30나노 이하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에 해당하는 설계·공정·소자기술과 3차원 적충형성 기술, 조립·검사기술,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공정기술 등 7개 기술은 반도체 분야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기존까지 외부인의 생산 라인 방문도 일절 금지해왔다.
한편 재계에서는 고용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과도한 ‘삼성 때리기’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최근 각 정부 부처별로 삼성을 옥죄는 강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 당국인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에 이어 최근 ‘무노조 경영’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번복한 것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평창 올림픽 유치 불법 로비설도 흘러나온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에 입장문을 내고 “모든 것을 검토한 후 다른 일반적 후원계약과 같이 연맹을 통한 합법적인 후원으로 이뤄졌다”며 정면반박하고 나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 속에 삼성이 조직 내부에서부터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며 “기업 활동을 너무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