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1분기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8-04-06 16:24 수정일 2018-04-06 16:30 발행일 2018-04-06 99면
인쇄아이콘
삼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1분기 나란히 웃었다. 양사 모두 증권가 예상을 한 단계 뛰어넘는 성적표를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서 변함없는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부터 실적 상승을 견인했던 반도체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 이번에도 이어지며 호실적의 원동력이 됐다. LG전자는 ‘가전명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크게 선전하며 1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1분기에도 효자노릇 ‘톡톡’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7.58% 증가한 15조6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이는 역대 삼성전자가 거둬들인 실적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7% 증가한 60조원을 기록했다.

1분기 실적을 견인한 ‘키 플레이어’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반도체 사업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은 1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또다시 넘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성장세를 지속 중인 D램 사업이 호재다. 반도체 시장조사 전문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서버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부문별로는 D램이 6조5000억원, 낸드 플래시가 3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IT·모바일(IM) 부문 역시 1분기 신제품 출시가 없었던 지난해보다 개선돼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구모델의 판매 호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디스플레이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아이폰X(텐) 판매 부진이 결정적이다. 현재 삼성은 전 세계 중소형 OLED 패널 시장의 약 97%를 점유하고 있으며, 아이폰X의 OLED 패널도 전량 독점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X 판매량이 예상을 훨씬 밑돌면서,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사업 수익도 하락 곡선을 그렸다. 소비자가전(CE) 부문도 매년 1분기는 TV와 가전 사업의 비수기로 꼽히는 만큼, 실적 개선이 제한적으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은 4000억원대로 추정된다.

◇LG전자, 35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전명가’의 저력

LG전자는 같은 날(6일)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20.2% 증가한 1조107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가 영업이익 1조원 문턱을 넘어선 것은 2009년 2분기 이후, 35분기 만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3.2% 증가한 15조1283억원을 기록했다.

구체적인 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H&A 부문과 HE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를 넘어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월풀, 일렉트로룩스 등 글로벌 가전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6% 안팎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H&A사업본부는 5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서 초 프리미엄 브랜드인 LG시그니처의 성과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미세먼지 여파로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신시장으로 분류되는 스타일러, 건조기서 견조한 성장세 이어가고 있는 점도 긍정 요인이다. 올 들어 LG전자의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스타일러의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HE사업본부도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미엄 시장서 주력 제품으로 밀고 있는 올레드 TV의 성장이 본격화된 효과다. 1분기 LG전자 OLED TV 출하량은 30만3000대로, 매출비중은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15년 LG전자의 OLED 판매 대수는 31만대였는데, 올해에는 17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등을 담당하는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 사업부도 적자폭을 크게 줄이며 실적 개선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졌다. MC사업부의 영업손실 추정치는 1400억원 수준으로, 전분기(2132억원) 대비 700억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절감 및 부품 공용화 등 효율성 개선작업이 적자폭을 줄이는데 영향을 미쳤다. 전장부품(VC) 부문은 132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실적 개선세를 유지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