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압박에 선택지 없는 금호타이어 노조, '총파업' 맞불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8-03-19 15:38 수정일 2018-03-19 16:17 발행일 2018-03-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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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 일반직 성명 발표 1
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타이어 본사 건물 앞에서 ‘법정관리 반대’와 ‘해외자본 유치 찬성’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 제공)
금호타이어 노조와 면담하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왼쪽 첫번째)이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을 찾아 금호타이어노동조합 집행부와 면담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 중국 업체 더블스타로부터 투자 유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채권단 입장을 전하고,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노조 의견을 청취하고자 이날 광주공장을 방문했다. (연합)

금호타이어 해외 매각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채권단과 노조가 19일 면담을 가졌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매각에 찬성하는 일반직 근로자와 노조원 간의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금호타이어 전담TF 팀장 등은 이날 오후 1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노조 사무실에서 조삼수 금호타이어 대표지회장 등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1시간 30여분 동안 이어진 면담은 별다른 합의 없이 끝났다. 이동걸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해외 자본 유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더블스타 투자유치에 동의를 요청했다. 채권단은 해외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다며 오는 30일까지 해외 자본 유치에 대한 동의와 노사 합의로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의 입장은 단호하다.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될 경우 쌍용차와 한국지엠과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은 물론 국부유출 등의 논란을 일으킬 ‘기술 먹튀’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송강 곡성공장 지회장은 이날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해외매각에 대해 현저하게 입장이 갈렸다”며 “다음에 추가로 대화를 하자는 정도만 합의했고, 해외매각에 반대하는 노조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면담과는 별개로 중국 더블스타 해외매각 저지를 위해 2차 총파업과 상경투쟁을 진행할 방침이다. 노조는 20일과 22일, 23일 8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하고, 24일에는 총파업을 벌이는 동시에 광주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저지를 위한 범시도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특히 노조는 20일 주채권은행인 서울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앞에서 조합원 수백명이 참여한 가운데 1박 2일 노숙 상경투쟁도 벌인다. 산업은행은 지난 16일 금호타이어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로부터 투자유치 조건(해외 매각)을 승인한 바 있다.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합의한 투자금액은 6463억원으로 주당 5000원, 지분율은 45%로 채권단 지분율은 23.1%가 되는 조건이다. 노조원에 대한 고용보장은 3년이며 시설자금 용도로 최대 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한다. 산업은행은 채권 만기는 5년 연장하고, 금리도 인하해 연간 233억원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의 일반직 사원들은 노조와 별도의 대표단을 결성하고 해외자본 유치 찬성의 뜻을 밝혀 노조와 또 다른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에 가입돼 있는 생산직을 제외한 일반직 약 1500명은 지난 주 일반직 대표단을 결성, 해외자본 유치에 대한 찬반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참여 인원의 97.3%가 해외자본 유치에 찬성했다. 일반직 대표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금호타이어 본사 앞에서 ‘법정관리 반대’와 ‘해외자본 유치 찬성’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으며, 21일에는 광주 공장 앞에서도 성명 발표를 한 후 노조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 이윤창 차장은 “회사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청산 절차로 이어질 수 있는 법정관리를 피해야 한다”며 “외부 자본 유치와 채권단의 지원이 있어야만 정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노조는 하루빨리 자구안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