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빚은 금호타이어…“채권단 vs 노조, 해외매각 두고 배수진”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18-02-27 17:09 수정일 2018-02-27 17:19 발행일 2018-02-27 99면
인쇄아이콘
금호타이어 집회(연합)
금호타이어 노조가 회사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며 채권단과 사측에 항의 집회를 갖고 있다.(연합)

금호타이어 경영정상화를 두고 채권단과 노조가 강대강 설전을 벌이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 등 해외 매각을 할 경우 노조와 “협의 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고, 노조는 “협의가 아닌 ‘합의’를 해야한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노사에 요구한 ‘노사 자구안 협의안’ 제출 기한이 하루 연기됐지만 이날 오후 5시까지도 노사는 ‘해외매각’ 문제를 두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채권단에 해외매각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노조는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중국 더블스타 해외매각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며 “공식입장이 나오지 않을 경우 노사 간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안 논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금호타이어 노사는 그동안 지역경제 파탄을 막고 구성원들의 고통과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영정상화에 필요한 자구계획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채권단은 국내 자본유치를 통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더블스타에 대한 해외 매각을 반대하는 것은 해외매각으로 경영 악화를 빚은 쌍용차와 한국지엠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해외매각이 성사될 경우 쌍용차와 한국지엠처럼 향후 노조원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우려돼 차라리 법정관리 수순을 밟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노조는 채권단이 ‘해외매각 시 노조와 협의가 아닌 합의를 해야한다’는 약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을 두고 금호타이어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사진제공=금호타이어)

반면 채권단은 “이미 양보할 것은 모두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금호타이어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은 경영정상화 계획에 대한 노사합의서를 우선 제출하면, 앞으로 해외매각이 불가피할 경우 별도 협의를 거쳐 진행하겠다고 지난 26일 저녁 노조에 제시했다. 26일은 채권단이 1조3000억원의 금호타이어 부채를 상환 유예하며 ‘노사 자구안 합의서’를 제출하라고 한 날짜다. 이미 채권단은 지난달 26일에 이어 이달 26일까지 두 차례나 상환유예를 하며 노사 합의안 제출을 요청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노조가 자구안 계획에 동의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회생 가능성이 없다”며 “법정관리 후 청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단 채권단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든 노사 합의안이 제출되든, 향후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금호타이어의 새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매각 대상 기업으로는 앞서 매각 대금 문제로 다툼이 있었던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더블스타는 채권단과 매각을 위한 모든 협의를 끝낸 뒤 금호타이어 매각 매금인 9000억여원이 너무 높다며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가 무산된 곳이다.

산은 측은 지난 26일에 이어 이날까지 금호타이어 노사가 ‘자구안’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등 협상이 최종 불발될 경우 28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채권단) 실무 회의를 열어 향후 대책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일단 P플랜 법정관리 등의 회생절차를 개시하고, 원활한 경영 개선을 위해 1조3000억원의 채권도 당분간 상환 유예하기로 했다.

이재훈 기자 y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