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판 위 중기대출’…쏠림현상 커지나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2-18 17:28 수정일 2018-02-18 18:06 발행일 2018-02-1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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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지난해 중기대출 잔액 317조…10% 증가
날로 악화하는 중소기업 업황…시중은행 리스크도 동반상승
시중은행, 기술력·혁신성 보다 담보 위주 대출 진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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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융권 자금이 중소 및 혁신기업으로 흘러들어 가도록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도 주요 은행들은 중기대출을 늘려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기업의 업황이 녹록지 않아 담보대출 위주의 대출 쏠림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 KEB하나, 신한,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자영업자 대출 포함)은 317조370억원으로 전년(289조6180억원)에 비해 9.4% 증가했다.

이 같은 중기대출 규모의 확대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시중은행에 연이어 주문하고 있고, 은행들도 이에 발 맞추기 위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올해 역시 정부가 ‘생산적 금융’에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중기대출 증가세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원화 강세, 최저임금 인상 등이 기업 업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제조업 중소기업의 업황 BSI 전망치는 65로 조사됐다. 이는 장기평균(2003년 1월~2017년 12월)의 전망치 79보다 14포인트 낮은 것이다. 즉 은행입장에서는 업황이 불투명한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업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다 보니 대출의 부실 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하더라도 담보대출 위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 경우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기업들이 자금을 공급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와중에 은행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해야만 하는 입장이니 만큼 담보력이 보증된 기업에만 대출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중기대출 잔액은 늘어나나 ‘생산적 금융’의 취지를 거스를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