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대출마저 규제...위기의 자영업자

유현희 기자
입력일 2018-02-12 15:46 수정일 2018-02-12 17:55 발행일 2018-02-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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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금리인상과 대출규제마저 겹쳐 올해 자영업 경기는 그 어느 때 보다 힘들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임대 문의 문구가 붙어있는 폐업 상점. (연합)

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34)씨는 최근 3명이던 직원을 1명으로 줄였다.

A씨 “빚을 내서 가게를 내느라 매달 대출금 갚아 나가기도 벅찬데,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마저 오르니 감당이 안되더라”며 “내가 아침에 더 일찍 나오고 밤에 더 늦게까지 남아있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금융기관의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임대업을 중심으로 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 옥죄기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12일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임대수익의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할 수 있는 이자상환비율(RTI)을 도입하는 동시에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관리대상 업종을 선정하고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영업자의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내용의 2018년 금융감독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은행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 규모가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290조원을 넘어섰고, 경기불황과 소득정체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자영업계의 신용위기 우려감이 커지면서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급격한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자영업 대출 규제에 나선 배경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90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액은 27조8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의 73%에 달했다. 지난해 대출 증가폭도 2016년(21조9000억원)보다 6조원 가량 확대됐다.

이처럼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부동산·임대업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2016~2017년 부동산임대업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부동산임대업 위주로 자영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고, 8.2 부동산 대책 등으로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자영업자대출로 이동한 영향도 있다.

게다가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대출금리도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0.1%포인트 상승한 3.64%를 기록, 2015년 5월 3.71% 이후 가장 높았다. 대기업대출(3.28%)이 0.15%포인트 상승했고,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0.08%포인트 오른 3.86%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에서 변동금리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만큼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 앞서 한은이 자영업 폐업률을 모형화해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폐업위험도는 7∼10%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미국이 시장의 예상대로 다음달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지난해부터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대출금리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어 영세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출 부실이 가계부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자영업은 몇 개월만 적자가 쌓이면 곧바로 대출 상환에 문제가 생긴다”며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에 금리 인사마저 덮치면 자영업자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자영업 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금융리스크 리뷰’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대출은 내수경기 민감도, 부동산 시장 상황, 규제 변화, 금리 인상 파급효과 면에서 중소기업대출, 가계대출과는 다른 리스크 특성을 지녀 별도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현희 기자 yhh1209@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