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최저임금 인상 한달…직원·영업시간 줄고 가격은 오르고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18-02-10 19:21 수정일 2018-02-11 17:08 발행일 2018-02-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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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축소 안내문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식당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서비스 제공 축소를 공지했다. (사진=유승호 기자)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된 뒤 한 달여가 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소규모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4일 발표한 ‘2018 소상공인현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일 누계기준 노동자는 32만6560명, 사업장은 13만3781개소가 안정자금을 신청했다. 전체 대상 근로자 300만명(추정) 중 약 11%, 전체 대상 사업장 100만곳(추정) 중 13% 수준에 그쳤다.

1월 급여일을 넘긴 자영업자들의 심경은 실제로 어떨까. 9일과 10일 서울 송파구와 광진구에서 개인 카페와 빵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을 만났다.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지급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났다”며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여서 여러 직원을 채용하는 방법을 마련했는데 이마저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영업시간까지 단축한 곳도 등장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한 카페는 인건비 부담에 이달부터 아르바이트생 3명 중 1명을 줄였다. 또 영업 마감시간도 기존 오후 11시에서 1시간 단축했다.

늘어난 인건비를 메우기 위해 소상공인들은 일부 품목의 가격을 올리거나 반찬을 없애는 등 각자 대책을 찾기 시작했다. 잠실역 인근에서 삼겹살을 파는 한 가게는 식재료 값 인상과 인건비 부담에 이달부터 기본으로 주던 밑반찬인 콩나물무침을 없앴다. 또 건국대 인근에 있는 한 식당은 메뉴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2.8%로 2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오픈시간변경안내문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 빵집 문 앞에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지난달 1일부터 매장 오픈시간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유승호 기자)

직원에게 식사를 제공하던 방식을 바꾼 곳도 있었다. 송파구 방이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모씨는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식사를 기본으로 제공했는데 지금은 식대를 급여에 포함시켜 인건비 상승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며 “아르바이트 직원 1명을 줄이면서 사장인 내가 2~3시간 더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서는 대체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일부 소상공인은 제도에 대해 잘 모르거나 고용보험 가입으로 인한 부담을 드러내기도 했다.

중화요리점을 하는 강모씨는 “장기간의 한파로 배달 건수가 늘어 배달 알바생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을 며칠 전에 했는데 인당 13만원 지원도 자영업자 입장에선 감사하다”고 말했다.

반면 광진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은 “일자리 안정자금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만 신청할 수 있는데 고용보험만 따로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4대 보험을 가입하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도 “계산을 따져보니 언론에서 말하는 대로 4대 보험비 내고 나면 오히려 적자가 맞다”며 “2명분 합쳐서 18만원 지급 받느니 한 명 정리하는 게 좀 더 나을 것 같아, 직원 한 명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