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출, 車에 이어 반도체도 ‘위기’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8-02-04 17:27 수정일 2018-02-04 17:30 발행일 2018-02-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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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량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추세에도 공급량 확대와 신기술 개발 등 기업들의 투자 활동은 이뤄지지 않아 내년 수출도 낙관적인 예측이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1일 발표한 ‘메모리 반도체 경기 전망과 발전과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8.6%로, 60.2%를 기록한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기업이 공급량을 결정하는 과점적 구조,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D램 공급능력 등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의 급속한 구축 확대로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량은 크게 확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 중 하나인 10nm(나노미터) D램의 경우, 초미세화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불량률이 매우 높다. 그만큼 제조 공정이 복잡해 생산설비 투자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재료가 되는 웨이퍼의 손실도 높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한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지원이 끊긴 지 오래돼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공장부지 부족 등 시급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AI반도체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는 우리 기업들과 달리 해외 경쟁사들은 각 사에서 제작한 AI칩셋을 앞세워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로 유명한 미국의 엔디비아는 지난달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8’에서 폭스바겐과 우버에 자율주행용 AI칩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같은 전시회에서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는 AI칩셋 ‘기린 970’이 탑재된 ‘메이크10 프로’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주대영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주로 수출하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와 같은 저장용 반도체와 달리, AI반도체는 연산을 주로 하는 비저장용 반도체”라며 “새로운 분야인 만큼 적극적인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이후의 반도체 수출 증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도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도체 수출 추이 및 전망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추이 및 전망(자료=산업연구원)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