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품는 호반건설, ‘시너지 효과 VS 승자의 저주’ 공존

채훈식 기자
입력일 2018-01-31 15:28 수정일 2018-01-31 17:25 발행일 2018-02-01 5면
인쇄아이콘
KakaoTalk_20180131_103203817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전경. 사진=이계풍 기자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순위 13위인 호반건설이 업계 3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한 각종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 속에서 호반건설과 대우건설 간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면 현대건설을 제치고 시공능력평가 2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토해낸 금호산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공존한다.

31일 KDB산업은행은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호반건설은 1조6000억원에 대우건설을 품게 된다. 호반건설은 매각되는 지분 가운데 1차로 40%에 대해서만 주당 7700원에 매수하고 나머지 지분 10.75%는 3년 뒤에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월 정밀심사와 4월 주식매매계약(SPA) 등의 절차를 통해 7월 매각 일정이 모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을 새우와 고래에 비유하는 것은 그만큼 외형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호반건설은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중견 건설사다. 1989년에 직원 5명의 지방 임대주택 사업자로 시작해 지금은 시공능력평가 13위까지 급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7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재계 서열 47위에 올라 있다.

2018013121

‘건설 사관학교’ 로 불리는 대우건설은 건축·토목·플랜트·해외사업은 물론 국내에서 현대건설·삼성물산과 함께 원전 시공 및 주간사 수행 능력을 보유한 몇 안 되는 건설사다.

대우건설과 호반건설이 한배를 타게 되면서 업계 판도 변화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시평액을 합치면 11조원 정도로 시평 2위인 현대건설(13조7106억원)을 위협할 정도가 된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공공택지에서 주택을 주로 공급했다면 대우건설은 주택사업뿐 아니라 플랜트와 토목, 건축 등 해외에서도 강점을 가진 건설사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대형건설사인 대우건설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이 되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체급 차이가 워낙 큰 데다, 호반건설이 그간 주택사업 위주로만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대우건설의 공사실적은 공공, 민간 합쳐 13조4059억원으로 호반건설의 3조3217억원에 비해 4배 이상이다. 실제 재계 순위가 훨씬 높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2009년 다시 토해냈던 선례가 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산은이 2대 주주로서 일정 기간 대우건설 연착륙을 위해 재무적인 지원과 경영에 참여해 인수에 따른 여러 리스크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최종 인수를 위한 협상 등 남은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