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잇단 한파 화재…서울 쪽방촌 ‘사각지대’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1-28 17:20 수정일 2018-01-28 17:21 발행일 2018-01-2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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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쪽방촌
2001년부터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된 영등포역 쪽방촌, 전선은 엉켜있고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연쇄화재가 일어나기 쉽다. (사진=강진 기자)

서울 시내 ‘쪽방촌’ 주민들이 계속되는 한파와 화재 위험 노출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변변한 대비 시설도 없이 화재 사각지대에 있는 쪽방촌에서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달에만 서울 시내 쪽방촌에서 3건의 화재사고가 발생, 7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잇따른 쪽방촌 화재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서울시내 5대 쪽방촌 지역 거주민은 3240명으로 추정된다.

지난 26일 찾은 서울 영등포역 일대 쪽방촌은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쪽방촌은 지난 2001년 5월 21일 ‘화재경계지구’로 지정됐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집은 목재와 합판 등으로 만들어져 불타기 쉽고, 전선들이 서로 뒤엉켜 있어 합선·누전 위험도 높다. 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한 집에서 화재가 나면 다른 집으로 쉽게 불길이 번진다. 불이 나도 골목이 턱없이 좁은 탓에 소방차 진입도 쉽지 않다.

영등포소방서 소방대원은 “쪽방촌에서 화재가 나면 열에 아홉은 연쇄화재로 이어지게된다”며 “초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소방차가 도착할 때 즈음이면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은 대부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종로3가역 쪽방촌
뒤엉킨 전선과 가연선 소재들로 화재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서울 종로3가역 쪽방촌 모습. (사진=강진 기자)

관련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쪽방촌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다. 소방시설법은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이 화재경보기와 소화기 등 소방시설을 의무 설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쪽방촌 대부분 비상구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수백만원이 드는 화재 예방 시설 설치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실제 서울 5개 쪽방촌 가운데 40% 가까이가 화재경보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고, 소화기가 아예 없는 곳도 15%나 됐다. 지난 5일 화재가 발생한 돈의동 쪽방촌의 경우 화재경보시스템 6종 가운데 앰프, 가스누설 경보차단기, 경종, 수신기 등 4종 보유대수가 모두 ‘0’이었다. 또 거주 주민들 가운데 ‘심신미약자’들이 많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이들 중 홧김에 앞뒤 생각 않고 방화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낡은 시설과 취약한 소방안전 체계에 대한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1억원을 들여 쪽방촌 등의 화재 안전시설을 보강할 예정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글·사진=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