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산적 금융'에 좀비기업 연명 부작용 우려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1-23 17:11 수정일 2018-01-23 17:12 발행일 2018-01-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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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중기 지원 위한 '생산적 금융' 강력 드라이브
무분별한 중기 대출 증가 도태 기업 흘러갈 가능성도
"금융사, 실적 앞세우지 말고 정확한 기술평가 해야"
금융당국이 혁신·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의미하는 ‘생산적 금융’을 위한 방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때문에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이 정부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금융권 및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대출(자영업자대출 제외)의 증가폭(13조8000억원)이 전년(8조6000억원)에 비해 60%(5조2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에 발맞춰 중소기업대출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급했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올 한 해에도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강력하게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의 증가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생산적 금융’의 확대를 위해 전 금융권의 자본규제를 개편했다. 자금의 흐름을 부동산 시장에서 중소기업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예대율(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 산정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차등화(±15%)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들은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같은 비율로 반영해 100% 이내에서 관리했는데 앞으로는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높게, 기업대출의 가중치를 낮게 반영해 은행들이 더욱 많은 기업대출을 취급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중소기업 대출 확대가 경쟁력이 없어 도태돼야 할 기업, 즉 ‘좀비기업’에까지 흘러갈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이다. 이 경우 좀비기업이 금융기관과 정부의 지원으로 연명, 국내 산업의 선순환을 해칠 공산이 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실적’에만 치우쳐 중소기업 대출을 취급할 경우 구조조정이 필요한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해 산업 경쟁력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며 “확실한 기술평가를 통한 대출을 취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