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몰리는 ‘돈’ 전방위 규제 왜… PF와 펀드도 규제 대상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8-01-21 16:13 수정일 2018-01-21 17:36 발행일 2018-01-22 3면
인쇄아이콘
2018012201020013999
강남 3구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

금융당국이 21일 발표한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개편방안’은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의 흐름을 바꾸는 것에 초점이 잡혔다. 표면적으로는 기업대출을 확대하겠다는 규제 개혁이지만 당장 부동산으로 흐르는 자금을 막겠다는 또 하나의 규제다.

이때문에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발표한 ‘8·2 부동산 대책’과 ‘10·28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연장선이지만 강도는 더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대책이 수요자 중심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공급자’ 중심이어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개편 방안은 금융의 생산적 자금중개 기능을 정책으로 구체화한 데 의미가 있다”면서 “가계대출과 부동산으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는 비대칭적인 규제부문에 균형추를 세운 것”이라며 자금의 흐름을 강하게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위험가중치를 기존 35~50% 수준에서 70%로 상향 조정했다. 또 은행 예대율(대출금÷예수금) 산정시 가계와 기업대출의 가중치를 차등화(±15%)해 규제를 더 강화했다.

이 조치를 비유하자면 기업 지원을 위해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한편, 기존 왕복 4차선 도로(가계·부동산)를 2차선으로 줄인 규제인 셈이다.

이번 규제는 기존 은행에 이어 보험과 증권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이 중 최근 활발하게 부동산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는 증권사도 규제 대상에 올렸다.

증권가는 2015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꼽고 적극 나서고 있는 중이다. 부동사업계에서 ‘큰손’들로 등극한 상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인가를 받은 5곳도 부동산 투자액 한도를 최대 30%까지 늘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 증권사도 포함한 증권가 부동산PF는 그 규모가 4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부동산 관련 투자 펀드 등을 포함하면 규모는 70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사는 전체 우발채무 가운데 66%에 달할 정도로 부동산PF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크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동산 PF가 증권가로 옮겨왔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대출(PF 등)에 대해 위험값에 일정비율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자본금 부담(위험액)을 상향하기로 했다. 또 부동산펀드도 부동산 직접 보유와 동일한 효과를 가졌다고 보고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하기로 했다.

강한 규제와 함께 금융당국 의도대로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면 인센티브를 주는 ‘당근’도 함께 내놓았다.

은행은 워크아웃 기업에 새로 신용을 공여하면 우선변제권을 줘 기존 대출보다 자산 건전성이 높게 분류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은 줄어든다.

증권사는 중소·벤처기업 장기투자는 위험액 가산을 배제하기로 했다. 현재 증권사는 기업 지분 5%를 초과 보유하면 개별위험값(4~20%)의 일정비율(505~200%)이 추가로 가산된다. 이밖에 저축은행과 상호금융도 중기대출을 확대하면 대손충당금을 경감받을 수 있도록 충당금 기준도 바뀐다.

김 부위원장은 “개별 금융회사별로 여건이 다른 만큼 규정개정 과정등에서 시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라며 “시장에 급격한 부담 증가 없이 생산적 자금흐름을 부드럽게 유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