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동이사제' 확산 가시화…경영권 뿌리 흔들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8-01-07 17:51 수정일 2018-01-07 17:51 발행일 2018-01-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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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이어 신한노조도 3월 주총서 '노동이사제' 상정키로
금융권의사결정 과정 효율 하락…회사 경쟁력 하락·주주가치 훼손"
금융혁신위
2017년 12월 2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윤 위원장은 금융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되 민간 금융사의 경우 합의를 거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연합)

주요 시중은행 사외이사들의 임기만료가 임박하면서 금융권에 ‘노동(근로) 이사제’ 이슈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노조들이 3월 주총을 계기로 도입 강행 의사를 속속 밝힘에 따라 노사간에 전운마저 감돌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른 잠재 실직 우려와 맞물려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며 국민연금 등이 힘을 실어주면서 자칫 관치(官治)의 차원을 넘어 청와대의 ‘청치(靑治)’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엿보여, 금융권에서 시작된 노동계의 경영참여가 경영자율성 침해를 넘어 회사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2월 말 지부 대위원대회에서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세부안을 확정하고 이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에서 관련 안건을 상정했다가 부결된 바 있는 KB국민은행 노조도 3월 주총에서 또 한번 안건을 상정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노조는 정부의 매각 작업을 우선 마무리 짓고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KEB하나은행 노조 측은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에서 제도 도입을 권고하면서 불거진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5% 안팎의 우리사주만으로는 ‘의결권 주식수의 25% 이상, 출석 주주의 과반 동의’ 요건을 맞추기 힘들다. 10% 안팎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가세한다 해도 70% 안팎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등 ‘공공주주’들이 동의하는 분위기라 경영계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특히 노동계가 경영투명성 제고 및 생산성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시키며 도입 추진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 3월 주총을 전후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금융권은 “노동이사제 도입 사례가 전무하고 경영권과 주주권리 침해, 의사결정 지원,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특히 ‘주식회사’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