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계, '현장통' 지고 '재무통' 뜨고

강진 기자
입력일 2018-01-07 17:42 수정일 2018-01-07 18:25 발행일 2018-01-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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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전문 CEO 전진 배치

건설업계에 재무통 최고경영자(CEO)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건설회사 인사에서 토목·건축 등 엔지니어 출신을 대신해 재무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국내 건설경기 부진과 해외시장 수주 감소 등의 대내외 악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재무 출신 CEO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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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인 박동욱 부사장(재경본부장)이 현대건설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박 신임 사장은 해외 공사 수익성 정상화와 회사 재무 안정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최초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달성과 서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수주와 수익성 관리 등도 대표적인 성과다. 박 사장은 1962년생 경남 진주 출신이다. 진주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현대건설 입사했다. 1999년 현대자동차로 옮겨 재경사업부장(전무)까지 지낸 후 2011년 다시 현대건설로 돌아왔다. 박 사장은 건설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써온 정수현 사장에 이어 현대건설을 이끌며 시장 변화와 불투명한 건설경기에 대비하며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위험을 관리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제너럴 일렉트릭스(GE) 등 글로벌기업을 거쳐 2007년 삼성전자에 영입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삼성카드와 삼성물산 등 여러 계열사에서 재무 관리와 경영 내실화를 통해 모두 좋은 성과를 낸 베테랑이다. 최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로 삼성전자·삼성SDI·삼성카드 사장을 지내며 재무 관리와 경영 내실화를 통해 좋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송문선 대우건설 사장은 KDB산업은행 투자금융부문장 부행장, KDB산업은행 기업금융 부문장 부행장, KDB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장 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탄탄한 재무 감각을 다져온 사람으로 유명하다. 송 사장은 신년사에서 “현장은 모든 매출과 이익의 원천인 만큼 불필요하고 반복적 업무로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비효율적이지는 않은지 사소한 부분부터 돌이켜보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진두지휘 하고 있다.

2013년 GS건설의 1조원대 적자를 단기간에 흑자 전환시킨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2016년 2월 정기주총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임 사장은 주택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프로젝트 중 위험 사업을 청산하고 건설업 본질인 수행역량과 수주 경쟁력을 다지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조기행 SK건설 부회장과 김대철 현대산업개발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부사장, 전중규 호반건설 부회장, 이우규 포스코건설 부사장 등이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재무통들이다.

건설사 중 엔지니어 출신 CEO는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과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박철홍 한라 사장 등이 있다.

강진 기자 jin90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