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칩 해킹 취약에 CEO는 주식 대거 처분…창사 이래 최대 위기

이해린 기자
입력일 2018-01-04 21:39 수정일 2018-01-04 22:38 발행일 2018-01-0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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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l Security Flaw
세계 최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 인텔(AP=연합)

세계 최대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업체인 인텔이 최근 20여 년간 만들어 온 칩 대부분에 심각한 설계 취약성이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창사 5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인텔은 1968년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가 창립한 이래 세계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대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상징적 기업으로 군림해 왔다. 특히 1980년대 이래로 지금까지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는 독보적 위치를 수십년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2년부터 작년까지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이었으며, 메모리 반도체의 호황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부문의 성장으로 삼성전자 DS부문에 1위 자리를 내준 후에도 여전히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최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인텔은 1991년 시작한 ‘인텔 인사이드’라는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PC용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업계의 표준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 줬으며 지금도 PC용 중앙연산장치(CPU) 시장에서 유일한 라이벌인 AMD를 약 75%대 25%로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995년 이래 나온 거의 모든 인텔 CPU의 설계에 ‘멜트다운’과 ‘스펙터’라는 이름이 붙은 보안 취약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게다가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최고경영자(CEO)가 본인이 보유한 인텔 주식 2400만달러(255억원)어치를 작년 가을에 팔아치운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인텔이 구글로부터 멜트다운과 스펙터 보안취약점을 통보받은 것은 이보다 몇 달 전인 작년 6월이었다. 제품의 보안 취약점이 알려져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경영진이 ‘발을 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인텔 주가는 이 사태가 알려진 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3.39% 하락한 반면, 경쟁업체인 AMD의 주가는 5.19%가 올랐다.

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