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전자업계, ‘반도체’ 슈퍼호황부터 '스마트 가전'까지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2-28 15:16 수정일 2017-12-28 15:23 발행일 2017-12-28 99면
인쇄아이콘
삼성전자 스마트홈_패밀리허브(3)
삼성전자 패밀리허브 2.0 냉장고. (사진제공=삼성전자)

올 한 해 동안 전자·부품업계는 국내 산업을 떠받치는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지난해 다소 휘청거렸던 스마트폰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국내 수출과 경제를 견인하는 ‘1등 공신’으로 급부상했다. 각 기업들은 미래 유망사업으로 꼽히는 ‘차(車) 전장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며, ‘향후 100년’을 챙기기 위한 준비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올해 전자업계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반도체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한 반면,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평균 판매단가(ASP) 상승을 촉진시켰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올 들어 매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쓰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5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현재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인 54억원의 65% 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에 걸맞는 보상도 주어졌다. DS(부품)부문은 지난달 16일 단행된 정기 인사서 99명의 승진자를 배출해냈다. 이 역시도 역대 최대 규모다.

SK하이닉스 또한 △1분기 영업이익 2조4700억원 △2분기 3조500억원 △3조7400억원으로 지속적인 영업익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올 4분기에는 4조원대로 진입하며 연간 영업이익이 13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유력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으로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8%로 치솟으며 5년 전인 2012년(9%)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앞서 상반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의 강세로 호황을 누렸으나, 하반기에는 중국발 공급량 증가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조사 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연초 200달러를 넘었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현재 170달러대까지 약 20% 가량 떨어진 상태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정부로부터 중국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 투자 승인을 받으면서, 기존 LCD서 OLED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가전 사업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최첨단 기술 등을 적용한 ‘스마트가전’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내 대표 가전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기술을 적용한 에어컨, 공기청정기를 비롯한 스마트가전 라인업을 꾸준히 넓혀나갔다. 이외에도 의류 건조기, 무선 청소기 등 새로운 가전제품이 시장에 안착한 원년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지난 하반기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한국산 세탁기까지 영향을 미치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라는 암초를 만나기도 했다.

2017년은 주요 전자업체들의 ‘전장 사업’ 육성 의지가 극명하게 드러난 한해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전장 업체 하만의 제품에 자사 AI, IoT 기술을 접목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전기차 부품이나 자동차 소프트웨어 같은 차세대 전장 시장을 선점할 의지도 드러냈다. LG전자는 외부 업체와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지난 10월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사인 퀄컴과 5세대(5G) 기반의 V2X(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기술 공동 개발에 착수한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독일 디지털 지도 제작 업체 히어와 자율주행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협의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