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오르고, 투자처는 없고’…가계자금 은행으로 이동하나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7-12-21 17:15 수정일 2017-12-21 17:15 발행일 2017-12-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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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신금리 인상에…가계자금 은행 이동 속도 빨라질 듯
은행 수신 증가→소비·투자 위축 개연성 커…경기 회복 복병 되나
6면_은행수신중정기예금추이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올리는 등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에 속속 반영되는 모습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만큼 가계의 자금이 시중은행 금고로 이동하는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은행으로 유입된 가계자금이 적지 않은 만큼, 은행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질수록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농협 등 주요 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인상했다. 이들 은행은 0.1~0.3%포인트 가량 예금 금리를 올렸으며 이에 2% 금리대의 예금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은행의 수신금리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란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주요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인상한 만큼 가계자금이 은행으로 유입되는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계는 통상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데, 수신금리 인상으로 수신상품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상승한 만큼 은행 수신에 가계의 자금이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은행으로 자금이 모일수록 국내 경기의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저금리 기조에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많은 자금이 은행으로 몰려들었는데, 이 같은 기조가 가속화될 경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수신 중 정기예금은 지난 2014년 말 557조3000억원에서 2015년 말 549조1000억원으로 하락한 뒤 2016년 말 568조9000억원, 올해 11월 말 609조2000억원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은행의 수신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자금이 은행 수신으로 유입되는 대신 소비와 투자가 위축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수신금리도 인하되면 은행으로 이동하는 자금이 줄어드는 대신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되며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반대로 은행이 수신금리를 인상하면 가계 자금의 은행으로 유입되는 규모가 커지게 되고 그만큼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