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자금난 숨통 터주고 일자리 창출… 포용적 금융 뜬다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7-12-31 17:05 수정일 2017-12-31 17:05 발행일 2018-01-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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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금융권 경영화두 '포용'

2018년 전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포용적 금융’이다. 금융당국은 물론 민간 금융사까지 금융이 서민계층, 중소기업, 혁신기업 등 그간 자금 수혈이 미진했던 곳곳에 ‘숨통’을 틔워준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포용적 금융’이 국내 전 영역에 걸쳐 금융의 접근성을 높임과 동시에 이를 통해 금융 경쟁력, 나아가서는 한국 경제를 한 층 더 업그레이드 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017년 11월 29일 서울 세종러 정부서울청사에서 포용적 금융의 일환으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의 新 패러다임 ‘포용적 금융’

‘포용적 금융’은 금융이 소외되는 곳 없이 흘러가야 한다는 금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말한다. 금융에 대한 금융소외계층, 혁신기업, 중소기업의 접근성을 높여 자금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어 경제 전체의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포용적 금융은 국내에 한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한 상황에서 종전의 금융정책 및 경제정책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끌 수 없다는 판단이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실제 산업은행의 KDB리포트에 따르면 중국은 2017년 포용적 금융 실적에 따라 2018년부터 예금취급기관(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인하해 주기로 했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로 지준율이 낮아지면 의무적으로 쌓아둬야 하는 현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즉 더욱 적극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일종의 ‘인센티브’인 셈이다.

◇국내 금융권, ‘포용적 금융’ 잰걸음

국내 금융권에서도 포용적 금융의 출항을 위해 닻이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포용적 금융에 ‘생산적 금융’을 더해 혁신·중소기업의 성장을 이끄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먼저 금융당국이 ‘포용적 금융’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금융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해 21조7000억원에 이르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했고 올해 중으로 1000만원 이하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하고 있는 연체자의 채무를 탕감해 주기로 했다.

여기에 은행의 대출 연체 가산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오는 2월부터는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7.9%에서 24.0%로 인하하기로 했다.

민간 금융사도 적극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9개 그룹의 중점추진과제 중 포용적 금융을 가장 앞에 둔다는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포용적 금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및 사회적 기업 저변 확대에 나설 것”이라며 “이를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 벤처 육성과 직무개발에 적극 힘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9조원 규모가 투입되는 ‘두 드림(Do Dream)’ 프로젝트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3000억원, 혁신적 기업투자에 8조8000억원, 사회취약계층에 3000억원 가량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고객의 성공이 은행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일자리 창출과 혁신적 기업·사회 취약계층 금융지원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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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서울 성동구 언더스탠드 에비뉴에서 진행된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신한은행 위성호 은행장(오른쪽부터),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 신용보증기금 황록 이사장이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포용적 금융, 파급효과는

금융 취약계층, 혁신 기업,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도록 하는 포용적 금융은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신한은행은 ‘두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약 12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은행의 경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플랫폼 ‘동반자 금융’을 통해 중소기업에서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일자리 뿐만 아니라 중소·혁신기업으로의 자금을 유도하는 만큼 국내 경제의 체질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국내 경제는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중소기업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보니 경제의 ‘허리’가 부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통계청 집계를 보면 2016년 기준 전체 영리법인 기업 62만7456개사 중 0.3%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매출액의 48.2%, 영업이익의 55.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소기업이 좋은 상품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추고 있어도 담보력 부족 등으로 자금을 구하지 못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포용적 금융’을 통해 혁신·중소기업으로 자금이 공급될 경우 대기업 위주의 한국경제 체질을 바꾸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포용적 금융을 통해 혁신·중소기업으로 자금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국내에서도 소위 ‘유니콘 기업’ 등장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이 자리잡을 경우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