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대출규제…시중은행 대출 포트폴리오 재점검하나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7-12-12 17:08 수정일 2017-12-12 17:09 발행일 2017-12-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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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 자본규제 예고…은행, 가계대출 줄여야
시중은행, 우량 고객 위주 대출 전망…서민 대출 문턱 높아지나
정부가 가계부채의 급증세 완화를 위해 내년부터 고강도 대출 규제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도 가계 대출 포트폴리오 재점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이 소위 ‘우량고객’ 위주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구성, 중신용자를 비롯한 서민들에 대한 자금 공급이 경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의 잠재적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은행의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구분해 차등화된 가중치를 적용할 것”이라며 새로운 ‘자본규제’의 등장을 예고했다.

현재 은행업감독규정상 은행들은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인 예대율을 10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현재는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똑같은 비율로 반영하지만 앞으로는 가계대출의 가중치를 높게, 기업대출의 가중치를 낮게 반영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을 줄여야 예대율 관리가 가능하다.

이 같은 규제로 은행들의 가계부채는 증가세는 완화되겠지만 동시에 서민들이 대출이 필요하더라도 은행의 대출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은행이 가계대출을 줄여야 하는 만큼 신규 대출을 취급할 때 안정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우량고객위주로 영업을 펼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같은 조짐은 규제 시행 전인 올해 4분기부터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대출행태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대출태도 잠정치는 -22로 지난 3분기(-7)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수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대출을 쉽게 해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연이은 대출 규제책으로 내년부터는 가계가 은행의 대출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량고객은 리스크가 적다고 평가되는 만큼 영향은 없겠지만, 중신용자 등은 은행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을 문턱을 넘지 못한 중신용자들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역시 최근 들어 우량고객 위주의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를 위해 저축은행도 쉽사리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며 “단적으로는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의 취급액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