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소액연체자 빚 탕감 나선 정부…'도덕적 해이·형평성' 논란

최재영 기자
입력일 2017-11-29 14:50 수정일 2017-11-29 17:13 발행일 2017-11-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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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9일 발표한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은 연체된 빚의 원리금을 탕감해 경제적·사회적 재기를 돕겠다는 것이다. 장기소액연체 상황은 일차적으로 채무자 본인의 책임이지만, 부실대출에 대한 금융사 책임, 경제상황, 정책 사각지대 등 정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빚을 갚지 않고 버티면 정부가 해결해 준다는 ‘도덕적 해이’와 함께 성실상환자와 연체자 간 형평성 논란 등이 우려된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무작정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환능력을 검증하고 혜택을 줌으로써 도덕적 해이가 끼어들 여지를 최소화했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를 촘촘히 마련했고 어떠한 경우에도 ‘갚아서 손해’라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개별심사와 일괄심사 투트랙으로 상환능력을 검증하기로 했다. 빚 갚을 재산과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심사에 따라 채무를 면제하거나 최대 90%까지 탕감한다는 계획이다.

대책은 이미 빚을 갚고 있는 성실상환자에게도 혜택을 주지만 부정감면자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구조로 만들어졌다. 숨겨둔 재산이나 소득이 드러나면 혜택은 중지되고 신용정보법상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해 최장 12년 동안 금융거래를 제약하는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번 지원대책은 그간 유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역대 정부마다 이뤄졌던 빚 탕감에 어김없이 따라붙었던 꼬리표다. 일종의 ‘경제적 사면’이 이뤄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계형과 소액, 장기연체자로 제한한 것도 도덕적해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채무를 이행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채무 불이행자 중에서도 성실 상환자(약정자)와 연체자(미약정자)의 형평성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체채권을 매입하는 재원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위는 이번에도 비영리 재단법인을 만들어 국민행복기금이 사들이지 않은 76만2000명의 장기·소액채권(공공기관 12만7000명, 민간 금융회사 63만5000명)을 사들이기로 했다.

새로 만들어지는 재단법인은 시민·사회단체 기부금이나 금융권 출연금 등으로 기금을 만들어 대부업체나 추심업체의 연체채권을 사들여 심사한다. 국민행복기금처럼 세금은 들어가지 않지만, 민간 금융회사의 ‘팔’을 비트는 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