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지는 금융권

이경남 기자
입력일 2017-11-23 17:00 수정일 2017-11-23 17:01 발행일 2017-11-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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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신證 등 금투업계, 女 임원 연이어 선임
허인·김지완 등 "유리천장 깨기 위한 제도개선 약속"
여성임원 비율 5%도 안돼…제도적 개선 이어져야
유리천장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금융권의 견고한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윤자경 미래에셋캐피탈 관리담당 대표이사, 이순남 대신증권 상무, 김정미 전자증권추진본부장. 사진=각 사 제공

올 연말 인사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를 중심으로 견고했던 금융권 유리천장이 무너지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이 최근 인사에서 여성임원을 발탁한데 이어 금융사 CEO들이 나서 ‘유리천장을 깨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과 대신증권은 최근 인사를 통해 여성임원을 발탁했다. 구체적으로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캐피탈을 공동대표 체제로 개편하면서 윤자경 미래에셋대우 혁신추진단 상무보를 관리담당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신증권은 이순남 전 강남선릉센터장을 상무로 승진시켰으며, 유관기관인 예탁결제원은 김정미 증권등록부장을 전자증권추진본부 본부장으로 승진발령 내 최초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이 외 금융사는 아직 연말 인사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CEO들이 나서 금융권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제도적인 개편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 여성 임원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다.

일례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임직원 들에게 “금융산업의 유리천장을 깨는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육아 휴직 등 경력 단절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도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여성임원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개선하기는 한계가 있겠으나 제도적 문화적으로 용인되지 않았던 부분의 흠이 있다면 계속 찾아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실금’이 간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금융권 전체 여자 직원의 비중은 50%에 육박하는데 임원 비율은 5%가 채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대 은행의 여성직원 비율은 50.2%에 달했지만 여성 임원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사, 보험사 등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 내 여성 직원은 거의 절반에 육박하지만 여성 임원은 손에 꼽는 수준”이라며 “여성직원들의 경우 출산, 육아휴직 등으로 승진의 기회를 쉽사리 잃어버리며 희망퇴직 시즌만 되면 주요 대상자로 지목되는 등 승진의 기회가 많지 않다. 제도개선 외에도 문화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경남 기자 abc@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