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업계, 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대응책 마련 총력…WTO 제소도 검토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1-22 17:20 수정일 2017-11-22 17:59 발행일 2017-11-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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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 민관합동대책회의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중회의실에서 열린 ‘미국세탁기 세이프가드 관련 민관합동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1일(현지시간) 삼성·LG 등 국내 제조업체의 세탁기 수출물량 중 120만대 초과분에 한해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한 직후, 우리 정부와 양사 담당임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즉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장을 비롯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관련 전문가 등도 참석했다.

업계는 “이번 ICT의 구제조치 권고안이 미국 소비자의 선택권과 이익을 침해하고 우리 기업의 미국 현지공장 가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2개의 권고안 중 120만대 이하의 수입 물량에 대해서도 20%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대해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될 여지가 높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역시 쿼터(할당)내 관세 부과는 절대로 채택되면 안된다는 점에 대해 업계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업계는 내년 2월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 전까지 우리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 대응키로 가닥을 잡았다. 강 차관보는 “정부는 미국 행정부·의회 핵심인사에 대한 아웃리치를 통해 세이프가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며 “또 구제조치가 불가피할 경우 업계에서 희망하는 구제조치 방식이 채택되도록 우리측 입장을 지속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미국 현지공장 건설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와 테니스 주의 주지사. 의회관계자를 통해 우리 측 입장이 대통령 최종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미국 대통령의 최종결정이 이뤄진 이후에는, 국제규범 위반 여부를 확인 후 베트남 등 이해관계국과 공조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도 검토할 계획이다. 강 차관보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이 아닌 만큼 최종 결과를 보고 (WTO 협정) 위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서는 정부가 WTO에 제소할 경우 우리 측의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7월 미국 상무부가 우리 철강 수출제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우리 정부가 WTO에 이를 제소했던 건에 대해서도 지난주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다만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3년이나 걸렸고 1심 결과에 불복해 미국 측이 또 다시 재판을 열자고 요구하면 최종 결정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시간’에 대한 문제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만든 모든 세탁기에 50%의 초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불필요한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 됐다”며 “이날 발표된 권고안 내용 중 ‘쿼터 이내 물량도 20%의 관세를 물려야 한다’는 내용은 반드시 철회시켜야 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