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안 8조원 투자로 '낸드 독주체제' 굳힌다…한·중 관계 정상화도 기여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1-21 16:47 수정일 2017-11-21 16:47 발행일 2017-11-2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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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8조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에 나선다. 이를 통해 시안 공장은 평택 캠퍼스와 더불어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주요 생산 기지로 발돋움 할 전망이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이후, 최근 봉합 국면에 접어든 한·중 관계의 친밀도를 높이는데도 긍정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안 공장 증설과 관련해) 현재 중국 정부로부터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승인이 나는 대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해당 절차가 연내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평택 공장 준공 당시 “시안 반도체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뒤, 8월 말 경영위원회를 통해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규모의 중국 투자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이후 사드 갈등으로 한동안 정체 양상을 보이다, 최근 양국 관계가 해빙 모드로 접어들면서 다시 속도가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 증설 라인은 2019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며, 3차원(3D) V낸드를 생산하게 된다. 생산량은 월 5만~6만장(웨이퍼 투입 기준) 수준이다. 여기에 기존 시안 1라인의 생산량까지 더하면, 월 생산량은 15만장에 육박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장악력은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낸드 시장서 40%에 가까운 점유율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이번 투자는 향후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뒷받침하는데도 상당부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를 채용한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전망이 밝은 만큼,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저장장치 시장은 기존 하드디스크(HDD)에서 SSD 중심으로 바뀌면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SSD시장은 지난해 146억9800만달러 규모서 올해 158억2900만 달러까지 성장했다. 내년에는 166억9500만 달러, 2019년에는 171억2700만 달러까지 늘어나 HDD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낸드 관련 독보적인 기술력도 확보하고 있다. 이미 5세대 96단 3D 낸드 양산을 위한 적층(쌓아올림) 원천 기술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낸드는 단수가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올라감에 따라 수익성도 높아진다.

이번 시안 투자는 한·중 간 관계가 개선되는데도 상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시안은 집권 2기를 맞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으로 꼽힌다. 시기적으로도 양국 관계 해빙 시점에 맞물린 만큼, 우호관계를 증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거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번 투자를 계기로 중국과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