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초프리미엄 ‘빌트인’ 공략 가속 페달 밟는다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1-09 14:39 수정일 2017-11-09 16:07 발행일 2017-11-09 9면
인쇄아이콘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_3층
LG전자가 서울 논현동에 오픈한 국내 첫 초프리미엄 빌트인 전시관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의 모습//사진제공=LG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50억달러(약 50조원)’ 규모의 글로벌 ‘빌트인 가전’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빌트인 가전은 주방의 크기나 인테리어 등에 꼭 맞춰 설치하는 맞춤형 가전제품을 뜻한다. 사업 특성상, 현지 건축·디자인 업체와의 협력 체계가 강조되는 B2B(기업 간 거래) 성향이 강하며, 수익성도 뛰어나 실적에 긍정 영향을 미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세련된 느낌과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상위 1~5% 소비자 중심의 빌트인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기본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세부 전략은 서로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이미 인지도가 있는 현지 브랜드를 인수해 몸집을 키워나가는 방법을 선택한 반면, LG전자는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미국 프리미엄 가전업체인 ‘데이코’를 인수한 이후, 지난 3월 신규 빌트인 패키지 제품군인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삼성과 데이코의 다양한 노하우가 효율적으로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어 9월에는 폴란드서 빌트인 쇼룸 ‘쿡 스토리 바이 삼성’을 열고 유럽 공략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번 정기 인사로 김현석 사장이 CE(가전)사업 부문장으로 올라선 이후, 빌트인 공략에는 더욱 속도감이 붙을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가전 사업이 올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의 영향력이 높아질 경우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프리미엄 가전 ‘셰프컬렉션’의 빌트인 전용 라인업을 대거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미국서 가전 시장 ‘브랜드 점유율’ 1위에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빌트인 시장서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본격 가동한 것이다.

LG전자는 2013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인 빌트인 브랜드 ‘LG 스튜디오’와 지난해 7월 한국과 미국서 동시 출시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등을 통해 입지를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을 열고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에서도 쇼룸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LG전자는 미국 빌트인 시장에서 향후 3년 내로 상위 5위권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송대현 H&A(생활가전)사업본부 사장은 최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빌트인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순위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시장 진입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늦긴 했지만, 제품의 구색이나 판매량 증가 등의 부분에서 빨리 가야겠다는 욕심은 있다”고 말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