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압력, 우리 주력품 반도체로 확산되나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11-05 16:39 수정일 2017-11-05 16:56 발행일 2017-11-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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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국내 제조업체의 세탁기가 미국의 무역 제재 조치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다음 타깃으로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했을 때, 무역 제재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토네이도’급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기업의 반도체 관련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한 ‘관세법 337조’ 조사를 개시했다. 이 조사는 미국의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업체인 테세라가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테세라는 삼성이 특정 웨이퍼 레벨 패키징(WLP) 기술과 관련된 미국 특허 2건(특허 번호 695만4001 및 678만4557)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WLP는 패키징을 간소화해 웨이퍼 단계서 반도체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기존 방식 대비 완제품 부피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테세라가 ITC에 요청한 내역은 단순 반도체 수입 금지에 그치지 않는다. 테세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태블릿, 랩톱, 노트북 등의 수입금지와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에 탑재된 전력반도체(PMIC) 칩을 특허침해 사례로 명시했다.

ITC는 사건을 담당할 행정법 판사를 배정한 뒤 조사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ITC는 관세법 337조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도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최종 판정하고 갤럭시S·S2·넥서스·탭 등 해당 제품의 미국 내 수입과 판매를 금지한 전례가 있다.

최근 들어 미국 내 국내 반도체 기업 압박 움직임은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미국의 반도체업체 넷리스트도 지난달 31일 ITC에 SK하이닉스의 서버용 메모리 제품인 RDIMM과 LRDIMM이 자사가 보유한 2개의 개량된 특허(미국 특허번호 960만6907호 953만5623호)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조사를 요청했다. RDIMM은 서버와 워크스테이션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D램 모듈로 다량의 정보와 메모리 집약적 응용 프로그램을 처리한다. LRDIMM은 RDIMM의 용량과 시스템 처리 속도 개선을 위해 모듈에 버퍼를 추가한 제품이다. ITC는 아직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통상압박이 전방위적으로 뻗어 나가 국내 업체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다른 분야보다 훨씬 진폭이 큰 파장을 불러 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