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도시바 투자·R&D센터 설립'으로 낸드 경쟁력 키운다

한영훈 기자
입력일 2017-09-28 17:53 수정일 2017-10-23 22:28 발행일 2017-09-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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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제공=SK그룹)

최태원 SK 회장의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본격 가동됐다. 28일 매각 본 계약을 체결한 도시바 인수에 따른 낸드 영향력 확대 효과가 3~4년 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같은 날 낸드 중심의 연구개발(R&D) 센터 건설 계획을 밝히면서 이 같은 성장세에 기름을 부었다. 업계에서는 향후 도시바 인수 및 R&D 센터 건설 효과가 다양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D램에 비해 상대적 약체로 지목됐던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이날 세계 2위 낸드플래시 생산업체인 도시바와 메모리 주식 양도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약 2조엔(약 20조3000억원)으로, 도시바는 내달 24일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매각에 대한 주주의 승인을 얻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3950억 엔(약 4조143억원)을 투입했다. 향후 10년간 취득 가능한 의결권 비율은 15% 밑으로 제한된다. 이외 애플과 델, 시게이트, 킹스턴 등 미국 IT회사 4곳은 4155억 엔을 투자하며 일본 장비업체 호야는 270억 엔을 투자한다. 아울러 베인캐피털이 2120억 엔, 도시바가 3505억 엔을 재출자한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SK하이닉스의 낸드 영향력은 한층 견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분기 낸드 시장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업계 5위에 그쳤다. 아울러 낸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와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 등으로부터 상당 부분 자유로워지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연구개발동 조감도
연구개발동 조감도.(사진제공=SK하이닉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낸드 영향력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오는 10월 착공에 들어가는 R&D센터는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센터 규모는 지상 15층, 지하 5층에 연면적 약 9만㎡ 수준이며,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었다. 2019년 9월 연구개발센터가 완공되면, 지금까지 이천캠퍼스 내 여러 건물에 분산돼 있던 미래기술연구원과 낸드개발사업부문의 인력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된다. 낸드 관련 인력의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보다 밀도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추가 인력 수용도 가능하다. SK하이닉스는 올 한 해 동안 1000명 이상의 채용을 예정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소통과 협업을 강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회장의 경영 목표는 ‘글로벌 톱’에 정조준돼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비밀 병기 중 하나가 바로 ‘반도체 사업’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2년 주변에서조차 말리던 SK하이닉스를 인수한 후 2011년 8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를 2016년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까지 끌어올리면서 SK와 국가 산업의 중심축으로 성장시켰다.

올해에는 SK하이닉스에 사상 최대인 9조6000원을 베팅하는 동시에, 가장 큰 난제로 지목됐던 낸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도시바 인수 및 R&D 센터 투자 등 굵직한 안건을 연이어 성사시켰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 건은 지난 2012년 하이닉스 인수에 이어 가장 주목할 만한 최 회장의 경영 성과 중 하나”라며 “현재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출 구조가 D램 위주로 집중된 상황 속에 최 회장의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장기적인 낸드 경쟁력 확보를 통한 ‘균형 맞추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훈 기자 han00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