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사진이 뭔지”…취준생·동네사진사 ‘울상’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09-28 15:08 수정일 2017-09-28 15:09 발행일 2017-09-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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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사진부착금지 철회 촉구!
지난 7월 28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소공원에서 한국프로사진협회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이력서 사진부착금지 철회를 촉구하는 문구를 들고 있다. (연합)

재취업을 준비하는 최모(31·여)씨는 최근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사진관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사진관인지 미용실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취업용 사진을 찍기 위한 준비가 완벽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진을 찍기 위해 최소 3일 전부터는 예약을 해야 했다”며 “머리 손질부터 화장까지 고쳐주는 ‘세미패키지’ 서비스를 받았다.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 망설였는데, 사진이 중요하다고 해서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력서 사진 때문에 취업준비생과 영세 사진사 모두 울상이다. 취준생들은 고가의 이력서 사진 촬영 비용 때문에, 동네 사진사들은 비싼 요금에도 화장·머리손질, 1대 1 맞춤 보정까지 책임지는 대형 사진관만 찾는 취업준비생들 때문이다. 정부가 취업 비용을 줄이겠다며 ‘블라인드 채용’ 계획을 발표했지만 취준생들과 사진업계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28일 취업 포털 ‘사람인’이 올해 6월 취업준비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준비를 위해 한달에 20만원 이상을 쓴다’고 답한 숫자가 255명으로 절반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에서도 ‘50만~100만원을 쓴다’고 답한 사람은 71명이나 됐다. 이 중 79.8%의 취업준비생들은 ‘스펙 준비를 위한 지출이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1년 이상 취업 준비를 한 이들의 경우엔 84.1%가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이력서 사진에 대해서는 37.1%가 ‘이력서 사진 촬영을 위한 비용이 아깝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업종에 맞는 머리나 화장까지 책임지고 해결해주는 ‘이력서 사진 패키지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소 3일 전에 예약을 신청해야 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으며, 비용은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5만원까지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력서 어떻게 쓸까
지난 15일 고양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9회 청년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좋은 이력서 쓰는 방법을 배우려고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연합)
종로에 위치한 A사진관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취업 증명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며 “머리나 화장 패키지가 포함된 이력서 사진은 3일 전에 예약을 해야 촬영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의 B 사진관 관계자도 “머리·화장 패키지 예약은 기본 3일 소요된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이 일부 사진사들에게는 달갑지만은 않다. 취준생들이 ‘체인 사진점’만 찾다 보니 동네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사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이력서 사진 부착을 금지하는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사진관 말살정책’ 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정부의 이력서 사진부착 금지로 생계 곤란에 처하게 됐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재범 한국프로사진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패키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진관은 전국에 얼마 안되며 모두 체인점이다”며 “동네 사진관에서 이력서 사진을 찍으면 2만원 정도다. 이들이 과도한 상술로 학생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정부에서 자영업자 생존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고 협회와 의논을 하겠다고 답변이 왔다”며 “앞으로 정부의 태도를 지켜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