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과 원칙이 분명한 병원 내부 규정 만들어야

이재복 기자
입력일 2017-09-25 18:13 수정일 2017-09-25 18:13 발행일 2017-09-26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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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의 병원들은 년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추석연휴 골든타임’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다 보니 긴 연휴 동안 어떻게든 진료 혹은 수술 스케줄을 더 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경동대학교 장향미 교수
경동대학교 장향미 교수

특히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해 특별수당을 챙겨주며 연휴 기간 동안 병원문을 하루라도 더 열기 위해 애쓴다. 오너는 긴 연휴 기간을 활용해 더 진료를 보고 수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몇 년 전만 해도 당연히 받아들이던 일들이 이제는 어렵게 된 것이다.

실제 강남 모 병원 피부과 원장은 ‘연휴기간 중 하루 정도 진료를 더 하고 싶은데, 직원들이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한다. 특별수당을 더 챙겨주라고 조언을 하면 ‘직원들이 특별수당이라는 보너스 급여대신 여유와 휴식을 원해 휴가기간 동안의 근무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 지금은 과거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실을 참고, 당장 보너스에 목을 매던 시대가 아니다. 요즘 젊은직장인들은 조금 적게 벌더라도 ‘워라발’ 즉 work, life, balance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제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이런 시대의 흐름,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인지하고 현명한 HR경영레시피를 만들어야 한다. 그 해답은 ‘기준과 원칙’에 있다. 그때그때 상황이 아닌 명확한 ‘원칙’에 의해 직원을 경영하면, 추석 시즌 근무요구가 한결 편해진다. 사회의 다른 조직과 달리 병원들은 여러 가지 여건상 경영과 관리를 대부분 오너이자 진료의가 직접 한다. 직접 돈도 벌고 마케팅도 하고 직원관리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원칙과 기준보다는 상황에 치우쳐 즉흥적으로 직원 운용을 결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추석 시즌 근무 요일을, 당장 바로 며칠 앞두고 오너의 입장이나 병원의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워라발’ 마인드를 가진 요즘 직원들에게 이런 운용 태도는 통하지 않는다.

가족공동체를 부르짖으며 기업을 운영했던 과거에는 상황에 따른 직원 운용이 가능했다. 간혹 직원 10명 내외 병원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가족 같은 분위기, 가족 같은 병원’ 사실 가족 같은 병원이 되려면 결국 경제 공동체로 같이 벌고 같이 써야 한다. 가족은 대부분 경제 공동체의 속성을 가지고 같이 벌고 같이 쓴다. 그래서 가족 구성원들은 사회조직에 머물 때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병원 직원은 가족이 아니다. 오너와 직원의 수입구조가 차등이 있고, 직원들은 거의 비슷한 급여를 받는다. 그러므로 직원들은 절대 가족이 될 수 없고 그들에게 상황에 따른 이해와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이제 병원오너는 이런 구시대적 인식을 깨야 한다. 병원 규모와 상관없이 서로 간 지켜야 할 기준을 정하고 우리 병원에 맞게 구체적으로 문서화 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이 입사하면 이 문서화한 규정들을 공유하고, 정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즉 회사 내규를 만들어 직원들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병원 HR레시피의 중요 요소다. 이렇게 간편한 일을 두고 닥터들은 매번 명절, 휴가철마다 근무 요일과 조건을 두고 고심한다.

그렇게 고심하는 중에 간혹 닥터들은 상황에 따라 핑크빛 약속을 시도 때도 없이 이야기한다. 추후에 무언가를 보상하겠다는 식의 약속 말이다. 물론 지켜야 할 때 정작 본인은 잊어버린다. 결국, 준다는 사람은 없고 받을 사람만 생기게 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왜 하세요?” 하고 물어보면 “아 그때는 충분히 가능했어요”라고 답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누구의 영화 제목 같은 답변이다. 이 와중에 직원들은 오너에 대한 신뢰를 잃고, 추후 휴일 근무와 같은 오너의 요구를 달갑지 않게 듣게 되는 것이다.

우리 병원의 철학, 운영방침에 따른 기준과 원칙을 담은 규정을 만들면 직원들 간의 불필요한 잡음을 없앤 현명한 HR경영이 가능해진다.

HR은 휴먼리소스다. 특히나 의료에서는 사람이 중요하다. 누구를 고용하고 누구와 일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HR레시피이다. 잘 만든 레시피는 현명한 직원운용을 가능하게 하고, 더 나아가 병원 매출에도 큰 기여를 한다.

도움말=의료 HR 코칭 전문가 경동대학교 장향미 교수

이재복 기자 jaebok369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