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상 징벌적·법정 손해배상, 기업-소비자 간 법적 분쟁 ‘급물살’

김현정 기자
입력일 2017-09-19 10:14 수정일 2017-09-19 10:14 발행일 2017-09-19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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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 정보 앱을 서비스하는 국내 굴지의 모 기업이 최근 해킹으로 인해 100만여 명에 달하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도둑맞았다. 특히 이번 사안은 지난해 7월 개정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32조와 32조의2에 따라 피해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및 법정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만큼 법조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이번 사건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해당 업체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서 기업으로 옮겨감에 따라 해당 업체가 결백을 증명하지 못하면 보상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으며, 법정 손해배상 청구를 통하면 300만원 한도 내에서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다.

관련해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손해를 직접 입증해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이를 증명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정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된 만큼 관련 피해자들은 자신이 받은 손해에 대해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인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규제 기관에 의해 행정처분을 받으면 해당 처분이 소송에서 해당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혐의에 휘말린 기업 역시 방통위에 의해 ‘중대한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지적받은 만큼 민사상 손해배상 사유인 '고의 또는 중대과실'로 인정돼 손해배상 판결을 받을 공산이 커진 셈이다.

윤경 변호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가 용인된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반드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일 배상 능력이 없다며 기업이 파산을 선언하면 피해자들은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배상받을 길이 사라진다”고 말하면서, “민사 소송이 활발한 외국 사례를 보면 정보유출 사건에 휘말린 기업들이 과징금 및 배상금 때문에 파산하는 경우가 흔하다”라고 설명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및 법정 손해배상 소송이 자리잡히면서 관련한 기업과 소비자 간의 법적 분쟁 역시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대한 구체적 입증 없이도 일정 금액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할 수 있는 만큼, 소송에 휘말릴 경우 법률전문가를 통한 법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윤경 변호사는 “이제는 피해자들이 완벽한 증거 없이도 피해액을 산정해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 역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됐다”며 “특히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이 아직 재판에서 적용된 사례가 없는 만큼 어떤 판례를 남기느냐가 관건이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여기에는 손해배상 소송 분야에 정통한 민사 변호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기업과 피해자 모두 각자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 전문가를 선임하는 현명하다”라고 조언한다.

한편 윤경 변호사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 대학원 법학과를 거쳐 법조계에 발을 들인 법조계의 베테랑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민사교수, 춘천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바른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비롯한 민사 소송 및 각종 형사 소송에 대한 각종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pres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