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4개 중 1개는 '가을 불청객'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09-11 15:35 수정일 2017-09-11 18:07 발행일 2017-09-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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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폭우…출근길 물에 잠긴 도로
부산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11일 오전 부산 강서구 지사과학산단로 일대 도로가 인근 하천이 범람해 차량이 통제되고 있다.(연합)

가을도 비나 태풍에 안전한 계절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던 태풍은 주로 가을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행정안전부가 태풍으로 피해를 입었던 과거 사례를 분석한 결과 1951~2016년까지 지난 65년간 총 1726개의 태풍이 발생해 이 중 12%인 210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다. 월별로 보면 8월 71개(34%), 7월 65개(31%), 9월 이후 54개(26%)였다.

1959년 9월15~18일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태풍 ‘사라’로 당시 84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돼 역대 가장 인명피해가 컸다. 또 2002년 8월30일~9월1일 발생한 ‘루사’도 246명의 인명피해를 야기했고 이어 2003년 9월12~13일 이틀간 ‘매미’로 131명이 희생됐다. 재산피해 역시 루사와 매미가 각각 5조1479억원, 4조2225억원으로 역대 가장 큰 피해규모를 기록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바닷물의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늦여름과 초가을에 강력한 태풍 발생 확률이 크다”라며 “또 태풍 대응 과정에서 기관간 상호협력이 부족하고 지휘체계가 혼선을 빚어 신속하고 효율적인 상황관리가 어려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안부는 올해 가을에도 1개 정도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종제 행안부 재난관리실장은 “태풍이 우리나라 내륙을 관통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기관별 대응태세와 상호 협력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1일 오전 부산에 내린 시간당 116㎜의 장대비도 장마철이 지난 초가을 길목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유의할 만한다.

예기치 못한 폭우에 부산은 주택붕괴와 도로침수 등의 피해 사례가 속출했다.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11일 오전 10시 21분 중구 동광동에서 샌드위치 패널 등으로 지은 1~2층짜리 주택 3채가 잇따라 무너졌고 비슷한 시간 서구 천마산터널 공사현장 부근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주차된 차량 대여섯대를 덮었다. 부산소방본부는 오전 11시까지 168건의 구조요청 신고를 접수했고, 부산시 교육청은 등굣길 사고 등을 우려해 시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 휴업하도록 했다.

부산기상청 관계자는 “150㎜가 아니라 그 이상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면서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비가 내린 것 같다”고 밝혔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