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경제적 효과, 경기부양 얼마나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8-30 10:23 수정일 2017-08-30 14:15 발행일 2017-08-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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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지연효과, 공급차질 등 예외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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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휴스턴 외곽 주택가 풍경, AP통신

3만 여명의 수재민과 최대 1천억달러(약 112조4천억원)의 손실을 불러온 태풍 하비가 경기부양 효과를 가진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텍사스 주를 집어 삼킨 태풍 하비로 인한 손실 규모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태풍의 경제적 효과’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번 태풍 하비의 피해 규모는 2005년 카트리나 1760억달러와 2012년 샌디의 640억달러 중간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러 차례 경제학자들의 지적대로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재해는 개인과 사회에 큰 경제적 손실을 끼치지만 국가의 경제 성장률에는 효자 노릇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순수 인명피해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피해도 경제적 가치상 복구 불가능 한 것은 없으며 이는 주로 건설, 인프라, 원자재 등의 수요증가로 직결되어 GDP 성장률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코넬대학교의 경제학자 스티븐 카일은 “재난이 닥쳤을 때 정부나 뉴스가 발표하는 피해규모는 즉시 경기확장 요소로 환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로, 가옥, 상가 등 여러 자산의 가치가 훼손된 만큼 이를 복구하기 위한 경제활동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태풍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즉 자산 가치의 소실은 해당 지역의 성장률과 무관하기 때문에 재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GDP에 고스란히 ‘플러스 요인’으로만 적용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소 예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태풍 하비 피해가 집중된 텍사스의 휴스턴시는 미국내 인구수 5위 대도시로 전체 GDP의 3%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외곽에는 미국 정유화학 설비의 절반이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 피해복구를 위한 단순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기에는 이 같은 생산설비가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메리카 뱅크의 수석 경제학자 로버트 다이는 “물론 홍수 피해가 작지는 않지만 이는 재정 투입으로 해결될 일이고, 대신 미국 내 석유화학 제품의 공급차질은 9월까지도 계속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모간 스탠리의 경제학자 엘렌 젠트너는 “미 3분기 GDP에 이번 태풍 하비 효과는 사실상 ‘중립’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이번 태풍에 파괴된 건물과 자동차를 재건하고 수리하는데 들어가는 재정확대는 ‘지연효과(lagged effects)’의 성격을 갖고 있어 4분기는 돼야 그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