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에 엔화 가치 급등, 이유는?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8-29 08:10 수정일 2017-08-29 14:41 발행일 2017-08-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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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관 '엔화=안전자산' 인식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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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요미우리 신문 온라인 1면 캡처

아베 총리는 오늘 새벽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도발이었으며 일본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 역시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심각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북한으로 부터 발사된 미사일 한 발이 1200킬러 미터를 날아 일본 홋카이도 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히고 이에 대해 공중 요격 시도는 없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미 국방부도 이번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것이 맞다고 공식 인정했으며 펜타곤에서 긴급 브리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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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 블룸버그 인터넷판 캡처

때 마침 뉴욕증시 마감 직후 전해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소식에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특히 안전자산 수요가 몰린 엔화가 강세를 나타냈고 엔달러 환율은 순간 1% 가량 급락하기도 했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서 본토에까지 심각한 위협을 가했는데도 일본의 화폐인 엔화는 지난 동일본 대지진 당시와 마찬가지로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것이다.

오전 8시 기준, 도쿄환시에서 엔달러 환율은 108.61 으로, 이는 처음 미사일 발사소식이 전해진 당시 낙폭의 절반정도에 해당한다.

월가에서는 이를 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수수께끼(conundrum)’ 가운데 하나로 부른다.

북한의 도발이나 핵 위협이 나올 때 마다 한국의 원화(KRW) 가치는 급락하는데, 같은 사정권 내에 있는 일본의 엔화(JPY)는 왜 강세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 거시경제 연구원의 수석경제학자 오쿠보 타쿠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등할 때 마다 일본 국내 투자자들은 엔화를 팔아 달러 등 해외 자산을 매수하러 나서지만 이럴 때 엔화 매물을 받아내는 해외수요가 늘 더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외환시장 분석가들은 이와 같은 현상이 이제 일본 내 투자자들에게도 각인되어, 오히려 일시적 리스크가 출현했을 때 해외자산을 매각해 엔화를 사들이는 식으로 엔화 가치 추가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는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한국 원화가 가지고 있는 특성은 어떤가. 시장의 반응대로 엔화와는 과연 정반대일까?

오쿠보 연구원은 원화의 경우, 엔화처럼 급락시 반발 매수하는 해외 수요가 사실상 전무하고 국내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들도 유사시 달러나 엔화 등 해외자산 매수가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된 다는 ‘학습효과’에 따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