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질 레이스, 다음 타자는 틸러슨 미 국무장관?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8-28 11:05 수정일 2017-08-28 14:27 발행일 2017-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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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트럼프 대북해법에 '스포일러' 역할한 인사들 줄줄이 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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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대통령(중앙)과 뒤를 따르는 틸러슨 국무장관(좌), AP통신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해고대상자는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 중인 틸러슨 국무장관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의 온라인 매거진 엑시오스(AXIOS)는 백악관 내부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내부소식통은 지난 아프간 관련 브리핑을 마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그 친구는 너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뭐가 뭔지를 모르는 것 같아”라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여기다가 현지시간 27일 틸러슨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미국이 생각하는 최선의 북한 해법은 바로 대화”라고 발언한 것이 또 한 번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내부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털어놨는 것이다.

또한 진행자가 지난 버지니아 인종갈등과 유혈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주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느냐’고 던진 질문에 “대통령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라고 즉답한 것은, 틸러슨도 트럼프에 대한 피로감을 굳이 감출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주 트럼프의 선거대책 본부장 역할을 했던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경질된 후 배넌의 수족 역할을 해 온 세바스찬 고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역시 짐을 꾸렸다.

당시 배넌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사실상 부재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통해 중국과 협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발언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갈등 역시 대외정책, 그 중에서도 대북해법을 놓고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이 승부가 나기도 전에 상대편에 먼저 패를 보여준 것에 트럼프가 짜증이 난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 해, 트럼프는 본인 주도 하에 ‘냉·온탕 전술’을 만족스럽게 구사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측근들이 나서서 북한에 포기든 타협이든 손에 쥔 카드를 먼저 공개해 버린 것을 그는 게임을 망치는 일종의 ‘스포일러’로 간주했다는 뜻이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