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포세이돈 어드벤처' 세계 인구 4분의 1 인질로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8-27 12:53 수정일 2017-08-27 17:28 발행일 2017-08-2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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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메콩강 상류에 대형댐 21개 추가건설 계획
살수대첩 , 2차대전 포함 세계 전쟁사에 '물의 무기화' 사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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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난성의 샤오랑디 댐, AFP통신

지난 해 남중국해에 이어 현재 인도와의 접경 지역에서 영토분쟁 중인 중국이 물을 무기화 하는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대외정책 전문가들의 기고로 꾸며지는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지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메콩강 상류에 이미 대형댐 7개를 건설했고 21개의 댐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물이 무기화 됐던 세계 전쟁사 그리고 자국 역사에서 착안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때는 2차 세계대전이 발발직전이자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일본군의 공세에 퇴각을 거듭하던 중국군은 군수산업 밀집지역인 정저우를 함락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당시 육해공군 총사령관을 맡고 있던 장제스((蔣介石)는 최후의 수단으로 “주변의 둑을 폭파하라”고 지시했고 바다와 인접한 황하강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약 80만명이 사망하는 동시에 약 400만의 피해자 및 수재민이 나오게 된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당시 사건에 대해 ‘대를 위한 소의 희생’ 정도로 평가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처럼 ‘물의 위력’을 잘 알고 있어 현재 중국이 건설하고 있는 대형 댐들이 무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문제 전문가인 유진 차우는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을 통해 “버튼 하나로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이 순식간에 인질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물의 무기화(weaponizing water)’는 군사용어로 세계 전쟁사에서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가 있다.

국방홍보원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공군은 일명 ‘댐버스터(Dambuster)’라는 포탄을 제작해 독일 주요 공업지역 주변 댐에 투하해 물을 무기화했으며 1941년 독일과 소련의 전쟁 당시 소련군이 또 독일의 대형 댐을 폭파시켜 독일군에 피해를 주려했으나 이는 드네프르강 홍수로 이어져 수 천명의 소련군과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사망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또한 한국 전쟁사의 한 획을 그은 살수대첩 당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을지문덕 장군의 기만전술에 교란당한 수나라군이 청천강을 건너 철군하려는 찰나, 고구려군이 둑을 무너뜨려 이들을 단 번에 전멸시킨 수공작전이 바로 그것이다.

베트남의 기후변화 연구소장 리 안 투안은 “댐은 그 자체가 거대한 도미노로 사용될 수 있어 이로 인한 도미노 효과는 그야말로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