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옛 중앙정보부 터, '인권광장'으로 탈바꿈

최수진 기자
입력일 2017-08-15 14:27 수정일 2017-08-15 14:27 발행일 2017-08-1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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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앙정보부 6국 해체작업 순서 (사진제공=서울시)

군부독재 시절 혹독한 고문수사로 악명 높은 곳이었던 남산 예장자락의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고 돌아보는 공간이 새롭게 조성된다.

서울시는 남산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기억6’이라고 이름 지은 인권광장·전시관을 만든다고 15일 밝혔다.

‘기억6’의 ‘6’은 국가 권력에 의해 인권 침해가 일어난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중앙정보부 6국에서 따왔다.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 시절 학원 사찰과 수사를 담당하던 곳으로 건물이 세워진 시기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건물 정초석에 ‘1972.4.5.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이라고 쓰여 있다.

시는 1995년 옛 안기부가 이전한 이후 남산 제2청사로 활용하다가 지난해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 건물을 모두 철거했다.

내년 8월까지 건물터를 전시실(지상 1층∼지하 1층)과 300㎡ 규모의 광장으로 꾸밀 계획이다. 고통의 공간이었던 곳을 소통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 전시실을 대형 우체통 모양으로 만들고 전시실 지하에는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때 수사·고문이 이뤄졌던 취조실(고문실)을 재현한다. 1층 전시실에서 지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전시실 1층에선 자료 검색을 하고, 다큐멘터리 영상을 볼 수 있다.

광장에는 중앙정보부 건물 잔해를 활용해 6개의 기둥을 세우고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뜻을 담은 문구를 새긴다.

고문 피해자인 양길승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장은 “중앙정보부 6국 자리를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상처를 딛고 다른 것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피해자에게는 트라우마가 다시 환기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한 부분이 강물에 쓸려 정화된 것처럼 사라진다면 그 역시 역사에 대한 기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