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쟁 시나리오 '세계 경제 인질' 내막은?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8-10 11:21 수정일 2017-08-10 17:46 발행일 2017-08-1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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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발발시 서울, 도쿄 전체 北 사정권
韓 GDP 최소 50% 소실, 글로벌 GDP 1% 피해
美 부담 전후 복구비용 GDP 30% 육박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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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9일(현지시간)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미국에 반대하고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거리 행진에 참여해 주먹을 뻗으며 걸어가고 있다.(AFP=연합)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남북 양측과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 전체에 피해가 불가피 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화염’, ‘폭격’ 그리고 ‘전쟁’ 등 이례적인 표현을 써가며 연일 대립각을 키워가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전쟁은 모두에게 손해”라는 인식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한치의 물러섬 없는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과 월가의 연구기관들과 대형금융사들이 앞다투어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만일 한국전쟁(1950~53)과 같은 전면전으로 발전하면 남북한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경제 모두 손해’라는 쪽이 절대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각 연구기관별로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에 따르면, 만일 미국의 선제타격이 김정은 정권을 제압하는데 실패해 반격을 당하게 되면 서울시민 천 만명, 도쿄 3천800만명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수 만명의 미군이 북측의 미사일 공격에 즉시 노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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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7일 ‘한국전쟁(Korea War)’ 검색 건수, 구글 트랜드 캡처
블룸버그 데이터에 의하면 북한에는 70만 군대와 다연장포, 박격포 등 수 만개의 다양한 포탄들이 준비돼 있어 만일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에 언급한 천 만명의 서울시민과 3천800만명의 도쿄시민 정도는 모두 사정권 안에 들 수 있다고 한다.

영국의 캐피탈 이코노믹스에서는 경제적 손실에 집중했다.

지난 시리아의 경우 전쟁중 자국 GDP 60%가 소실됐다고 한다. 또한 3년간 지속됐던 한국전쟁의 경우는 GDP 80%가 손실을 입은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상 가장

최소한의 경우(base case) 가 GDP 50% 피해인데, 현재 전 세계 GDP 가운데 한국 비중이 2%이므로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1% 정도는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에 따른 세계 경제의 직간접적 피해는 이처럼 1%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한국은 글로벌 최대 LCD 패널 생산국이자 전 세계 수요의 40%를 책임지고 있고 반도체의 경우 17%로 글로벌 2위 생산국이며 자동차 핵심부품 수출국이자 세계 3위 조선강국이다.

캐피탈 이코노믹스 측은 한국의 이 같은 주요 수출품들 가운데 반도체의 경우를 들어 일단 생산차질·공급부족이 한 번 시작되면 최소 2년은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미 국무부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미 정부 재정에도 심각한 위협을 수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당해 연도 미 정부의 전쟁비용은 GDP의 4.2%를 차지했으며 걸프전 개전 당시인 2003년은 지출이 GDP 5% 수준까지 올라갔다.

따라서 이번에 미국이 또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부채한도 상향, 재정적자 확대 용인 등이 선결과제로 등장하는데, 이는 지금도 GDP 75% 수준의 부채를 안고있는 미 정부 입장에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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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Korean War) 지역별 관심도, 구글 트랜드 캡처
여기다가 종전 후 재건비용 또한 미국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쟁에서 파괴된 전기, 수도, 건물, 도로, 항구 등 필수 사회기반시설 복구 비용에 대해 우방국인 미국측 부담이 한국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고 지난 아프간과 이라크 전쟁 후 미국은 총 1700억달러(193조 5800억원)의 재건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국 경제 규모가 이들 이라크와 아프간을 합친 것 보다 30배 큰 규모임을 감안할 때 미국이 담당해야 할 복구 비용은 GDP의 약 30%가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따라서 워싱턴과 월가의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가 내포하고 있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글로벌 핵심 산업분야와 교역을 마비시킬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는 오히려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하는 일종의 ‘핵 억지력(nuclear deterrent force)’과 같은 기능을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