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고 서머랠리, 원동력은 '유로존과 유로화'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8-03 11:03 수정일 2017-08-03 15:32 발행일 2017-08-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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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경제성장 가속화 -> 유로화 강세 -> 달러 약세 -> 글로벌 유동성 '파란불'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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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그 항구, AFP통신

최근 날씨 만큼이나 뜨거운 글로벌 강세장의 원동력은 유로존에서부터 나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6월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매파적' 발언에 잠시 출렁였던 유로존 금융시장은 곧 다시 우상향 행진을 재개했다. 특히 2분기 들어서 유로존 경제성장율은 강화됐고 지난 해 브렉시트와 올 해 프랑스 대선 등 정치적 파도를 잘 넘긴 유럽연합 내 선진국들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이제 출구전략을 마련할 때가 됐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금융사들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9월 금리결정회의에서 자산매입규모 축소(테이퍼링, Tapering)을 발표할 것이며 이 같은 전망은 이미 외환시장에 90% 가까이 ‘선반영(pricing)’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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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달러환율 최근 5년간 차트, 블룸버그 인터넷판 캡처

이에 따라 한 때 1:1(parity)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유로달러환율이 2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유로존을 포함 주요국 6개 통화에 대한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표시하는 '달러인덱스(DXY)'는 27개월만에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유럽중앙은행(ECB)의 출구전략 내지는 긴축에 대한 우려로 최근 평가절상된 유로화와는 반대로, 2년만에 최저로 싸진 달러 값이 글로벌 유동성 환경을 지원하는 셈이다. 현지 전문가들도 이를 올 해 사상최고 서머랠리에 대한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 기술적 분석가들은 현지시간 2일 런던환시에서 한 때 1.19까지 도달한 유로달러환율이 ‘오버슈팅’을 나타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유로달러환율은 1.1850대에 ‘삼봉(triple top)’이 형성돼 있어 단기 조정은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 유로달러환율이 꺾이면 글로벌 증시에 조정이 찾아오는 것인가?

이에 대한 현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유로화 가치가 추가상승할 모멘텀도 제한적이지만 그렇다고 유럽중앙은행(ECB)이 매파적 기조를 버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ABN 암로의 경제학자 닉 커니스는 “ECB 임원들이 9월이든 10월이든 출구전략을 제시하기 전에 뭔가 분명한 경기회복 신호를 감지해 내야 할텐데 지금 물가나 임금인상률만 봐서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견해에 따르면 최근 유로화 강세는 일시적 시세분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유로달러환율은 다시 반락할 수 있다.

반면 네덜란드 ING 은행의 수석경제학자 버트 콜린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인플레 둔화가 유가 하락에 연동된 측면이 뚜렷하므로 유로존 성장강화와 고용시장 활성화 등은 따로 분리해 생각할 필요가 있고 이럴 경우 긴축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산매입규모 축소 정도는 결코 앞서나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만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 같은 견해를 채택할 경우 일단 하방경직성이 확보된 즉 추가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인 유가를 감안해 9월 자산매입 축소 결정은 크게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김희욱 전문위원 hwki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