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성인 3분의 1 고혈압 판정, 정확도는 50%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입력일 2017-07-31 07:00 수정일 2017-07-31 13:13 발행일 2017-07-3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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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심장학회지 '1905년 도입, 의학계 최장수 기술' 대안 없나
고혈압 혹은 저혈압 군에만 정확도 '80%대'
'의사가운 증후군' 등 고혈압에 대한 상식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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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혈압측정 방식의 부정확성, 美 심장학회지 2017년 8월호 논문 캡처

전 세계 성인 3명 중 1명은 고혈압이라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현재 혈압 측정 방식의 정확도가 50%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혈압은 심장에서 대동맥을 통해 신체 각 기관에 혈액을 운반하는 혈관에 작용하는 힘으로 정상치는 120/80, 그리고 이 정상치 보다 높은 고혈압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약물 요법과 체중조절 그리고 운동 등이 널리 권장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인체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수치 가운데 하나인 혈압은 정확한 측정이 최우선이라고 한다. 혈압의 부정확한 측정 값은 의사로 하여금 뇌졸중, 심장마비 혹은 신장 질환에 대해 오진을 내릴 수 있게 해 환자에게 매우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대형 병원이나 의료계에서 널리 쓰이는 혈압 측정 방식의 오차가 크다는 이번 연구결과로 일어날 파문은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

‘미 심장학회지’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혈압을 재는 데 있어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커프(cuff) 방식’ 즉 대동맥에서 팔 목의 동맥에 공급되는 혈관이 몰린 팔 위를 묶고 압력을 가해 혈액 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한 후 다시 압력을 제거하면서 혈액이 정상적으로 공급될 때 혈압을 재는 방식은 정확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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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혈압측정 방식의 부정확성 드러나, 美 심장학회지 캡처

이 커프 방식은 1896년 발명된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1905년에 의학계에 처음 도입되었는데,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과 새로운 시도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의학계에서 과연 100년 이상 된 이 기술은 대안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검증 자체가 무의미한 것인가 등의 문제의식에서 이번 연구가 출발하게 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미 심장학회지에 따르면 미국의 딘 피콘, 독일의 마틴 슐츠, 일본의 켄지 타카자와 등 각국 심장 전문의들이 1950년대부터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동일한 주제를 놓고 연구하는데 있어 객관적, 계량적 수치만을 산출 후 통계화한 것)’ 결과, 이 커프 방식이 인체의 혈압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과장 혹은 왜곡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대상자 가운데 혈압이 정상범위, 즉 수축기 혈압이 120~159, 이완기 혈압이 80~99인 경우 혈압 측정치의 정확도는 50~5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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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공급과 혈압의 형성 구조, 셔터스톡닷컴

반면 120/80 미만인 저혈압이나 160/100 이상인 고혈압인 경우 정확도가 최대 80%까지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의학계에서 한 세기가 넘게 통용되어 온 이 ‘커프(cuff)식’ 혈압 측정은 혈압이 너무 높거나 낮은 환자군에 한해서만 비교적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정상인의 경우 혈압이 실제보다 너무 낮거나 높게 측정될 가능성이 절반 가까이나 되고, 이들은 혈압을 잴 때마다 현실과 달리 고혈압 혹은 저혈압 환자로 오인될 잠재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혈압에 대한 연구 가운데, 나이가 들수록 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노화되면서 신체 구석구석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수축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진화학적으로 혈압이 올라가게 된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물론 이는 아직 정확한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은 그야말로 ‘가설(假說)’이지만 이처럼 오랜 기간 믿고 따르던 보편타당한 상식들이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의학계다.

따라서 100년이 넘은 혈압 측정 방식에 대한 이번 문제제기 역시 의학계에서는 놀라울 일도, 또는 기존 고혈압이나 저혈압 환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길 만한 사실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혈압 측정방식과 관계없이 우리가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앞서 말한 대로 어차피 혈압은 나이가 들 수록 점점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고령화 시대에 주의해야 할 것은 당연히 고혈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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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평소 증상이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심장, 폐, 심혈관 혹은 신장까지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고혈압 환자가 혈관이 터지기 직전 ‘위험단계’에 들어선 신호로는 사고가 마비될 정도의 심각한 두통, 갑작스런 코피 그리고 호흡곤란 등인데 이럴 경우는 지체 없이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다음 평균 45세까지는 남자가 여자보다 혈압이 높은 경향이 있지만 65세부터는 여성의 고혈압 발생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특히 이 고혈압 발발에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가족력이며 그 다음이 당뇨로, 당뇨병 환자 60%는 고혈압 증상을 함께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 고혈압 환자군의 평균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은 혈압과 스트레스의 상관관계를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올라간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증명된 직접적인 작용은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접근했을 때,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과음이나 흡연 등 몸에 해로운 습관을 갖게 되거나 불균형한 식생활을 탐닉할 가능성이 높고 결국 이는 간접적인 혈압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과음 또한 고혈압을 일으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최근 미 심장협회에서는 남성의 경우 두 잔 이상 여성은 한 잔 이상의 음주를 피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한 잔’의 기준은 맥주 340그램, 와인 113그램 정도의 양이다.

그 밖에는 여성의 임신도 일시적 고혈압을 가져올 수 있으나 이는 출산 후 자연스럽게 해소되며 또한 카페인도 일시적으로 혈압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나 이는 그야말로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또 흥미로운 사실은 일명 ‘의사가운 고혈압’이라는 것도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의사가운을 입은 사람 앞에만 가도, 혹은 진찰실에 들어가기만 해도 갑자기 혈압이 상승하는 증상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건강염려증이 있거나 자신의 고혈압 증상 혹은 가능성에 지나치게 민감한 경우로 나타났다.

김희욱 국제전문기자 hwkim@viva100.com